강원 산골소녀, 서울대 실험실서 꿈을 키우다

입력 2014-07-30 02:39
서울대에서 열린 ‘고교생 자연과학 체험캠프’에 참석한 김미화양(오른쪽)이 지난 24일 서울대 자연과학대 생명과학 실험실에서 마이크로파이펫을 이용해 시료를 용기에 담고 있다.

“자, 지금까지 워시 버퍼 A를 500㎕ 넣어서 DNA를 씻어냈어요. 이제 다시 워시 버퍼 B를 700㎕ 넣어보세요.”

지난 24일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 실험실. 김미화(17)양이 조교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 실험계획서를 뒤적이더니 이내 책상 위에 놓인 거치대에서 ‘마이크로파이펫’(극미량의 용액을 옮기는 데 쓰는 분자생물학 실험도구)을 집어 들었다. 조심스레 버튼을 눌러 시료를 추출한 뒤 ‘스핀 컬럼’(DNA 등을 정제하는 데 쓰는 용기)에 담았다.

“잘했니? 이건 워낙 적은 양이라 파이펫 끝을 벽에 대면 안돼.” 조교가 김양에게 다가가 설명했다. 김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대답했다. “그럼 컬럼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10분만 돌려보자.” 김양은 능숙하게 자기 앞에 놓인 원심분리기 뚜껑을 열었다. 시료를 담은 용기를 안에 넣고 버튼을 눌렀다. 기계가 작동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김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김양은 강원도 태백시 하장면의 산골마을에서 왔다. 해발 650∼810m의 고원지대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그는 전교생이 18명뿐인 하장고등학교에 다닌다. 김양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대에서 열린 ‘고교생 자연과학 체험캠프’에 참석하려고 멀리 서울에 왔다. 전국의 일반고 학생을 대상으로 자연과학의 여러 전공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양의 장래희망은 의사다. 중학교 시절 존경하던 선생님의 권유를 계기로 꿈을 키워왔다. 구체적으로 어떤 전공의 의사가 되려는 결심은 아직 못했지만 김양은 가끔씩 흰 가운을 입고 환자를 진료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캠프에서도 주저 없이 생명과학 교실을 택했다. 김양은 “실제 과학 실험을 접해볼 기회도 없었고 실험기구들도 처음 보는 것이어서 신기했다”며 “이번 기회가 너무 소중하다. 대학생이 돼 이곳(서울대)에서 더 깊이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이지만 김양은 입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 현재 2학년이라 고3 수험생 생활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매일 오전 8시에 등교해 수업을 듣는다. 다시 오후 9시30분까지 야간자율학습이 이어진다. 김양은 “학교가 작은 데다 매년 학생 수도 줄어 공부하는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 것 같다”고 걱정하면서도 “그래도 꼭 의대에 진학해 의사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