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vs 베테랑 누가 이길까…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 ‘브로드웨이 42번가’

입력 2014-07-30 02:29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의 한 장면. 화려한 의상과 조명 아래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탭댄스 장면이 인상적이다. 박효상 기자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한 장면. 화려한 의상과 조명 아래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탭댄스 장면이 인상적이다. CJ E&M 제공
닮은 듯 다른 탭댄스 뮤지컬 두 편이 올 여름 관객 대결을 펼친다.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 C&C가 첫 제작에 나선 ‘싱잉 인 더 레인’과 CJ E&M이 선보인 ‘브로드웨이 42번가’가 그것이다.

두 편 모두 무명의 여배우가 역경을 거치며 톱스타로 무대에 우뚝 서는 성공담을 그린다. 각각 유성영화가 시작된 1920년대와 대공황의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해 비슷한 의상과 소품, 세트가 등장한다. 구두 밑창에 붙인 쇠붙이가 내는 경쾌한 소리와 현란한 발동작의 탭댄스는 두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흥겨운 군무까지 비슷하다. 결정적 차이는 출연진이다. 한 쪽은 아이돌을, 다른 쪽은 관록의 배우들을 내세웠다. 관객은 누구 손을 들어주고 있을까.

배우의 목소리 대역으로 활동하던 캐시 셀든과 당대 최고의 영화배우 돈 락우드의 사랑을 그린 ‘싱잉…’은 캐스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SM C&C가 소매를 걷은 만큼 소속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남자 주인공으로 가수 출신 배우 제이(31)와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규현(26), 엑소의 백현(22)이, 캐시 셀든 역에 소녀시대의 써니(25) 등이 나서면서 티켓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한류 스타인 이들을 보기 위해 해외 팬들도 공연장을 방문하고, 중국어와 일본어로 자막 서비스도 되고 있다.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무명의 뮤지컬 배우 페기 소여가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의 주연이 되는 과정을 담은 ‘브로드웨이…’는 관록의 배우들을 대거 모아 상을 차렸다. 배우 남경주(50)와 김영호(47)가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을, 박해미(50), 홍지민(41)이 당대 최고의 여배우 도로시 브룩 역을 맡아 열연한다. 페기 역을 꿰찬 신예 전예지(20)나 톱 배우 빌리 로러 역의 이충주(29) 등이 만들어 내는 조화도 돋보인다. ‘브로드웨이…’는 20여명의 앙상블이 한 몸이 돼 펼치는 화려한 탭댄스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한 명 한 명 존재감이 넘친다. 스타 배우, 다양한 세트 전환, 특수한 무대 장치가 없을지라도 배우들의 열연과 노련한 목소리로 관객을 춤추게 한다. ‘뮤지컬의 전형’으로 불리며 남녀노소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공연이 시작된 6월 초 ‘싱잉…’은 일부 배우가 출연하는 회차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낮은 완성도 탓에 화제성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모양새다. 출연 배우들에게 뮤지컬 특유의 묵직한 성량과 노련함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개연성 없는 장면들도 다수 등장해 지루한 감이 있다. 남자 주인공이 탭댄스를 흉내 내는 데 그치고 앙상블의 호흡도 기대 이하다. 1만5000ℓ의 물을 사용해 쏟아지는 빗줄기를 표현한 1막 마지막 장면과 대표곡의 첫 소절 ‘아임 싱잉 인 더 레인∼’에 맞춰 우산을 펼쳐 든 커튼콜 덕분에 체면은 살렸다.

‘싱잉…’은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아트홀 대극장, ‘브로드웨이…’는 다음달 31일까지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