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B금융지주 징계 어물쩍 넘어갈 일인가

입력 2014-07-30 02:20
금융 당국의 KB금융지주 제재를 놓고 몇 달째 뒷말이 무성한 것은 유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9일 고객정보 유출과 도쿄지점 부실대출,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일정대로라면 당초 지난달 26일 제재를 받고 그동안의 중징계 관례상 물러났어야 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금융 당국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가 나온 뒤 제재하라고 제동을 걸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제재심의위원회는 네 차례 회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달 14일로 심의를 또 미뤘다. 감사원이 개입한 것도 이례적인 데다 금융 당국 제재가 계속 늦춰지면서 업계에서는 제재 당사자들이 청와대와 정치권에 전방위 ‘구명로비’를 펴고 있다는 설과 청와대 참모진 교체 이후 중징계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소문 등이 퍼져나갔다. 금감원과 감사원의 기싸움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감사원은 28일 금융회사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1년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서 분사할 당시 신용정보법상 고객정보 이관에 대해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을 내리며 사실상 고객정보 관리책임자였던 임 회장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 금융위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중징계를 결정한 금융 당국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감사원 지적 사안 외에도 카드 고객 정보가 아닌 은행 정보까지 국민카드에 넘겼고, 이를 없애겠다는 사업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KB금융지주 회장 징계를 둘러싸고 권력기관들이 알력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각각 다른 동아줄을 타고 내려온 낙하산 출신의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이미 KB금융을 이끌어갈 금융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외부 권력기관의 입김에 의해 징계 수위를 번복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금융 당국은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줘서 억울한 측면이 없는지 면밀히 살피되 법과 원칙에 따라 어긴 부분이 있다면 징계하는 게 옳다. 외부 입김이나 로비에 좌고우면하고 오락가락한다면 금융회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징계 결정의 이유와 절차, 관계 법령 적용 등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민간 회사인 KB금융은 차제에 낙하산 인사의 고리를 끊고 인적 쇄신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국내 자산 규모 최대인 금융회사가 낙하산 인사로 골병드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