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서 모두가 ‘예스’라고 수긍할 때 유독 ‘노’를 외쳐온 두 비관론자가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윤지호 리서치센터장과 아이엠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이 주인공이다. 윤 센터장은 지난해 코스피지수 예상치 하단을 증권사들 중 가장 낮은 수치로 제시했다. 이 센터장은 후배 애널리스트들의 장밋빛 보고서를 두고 “투자자만 피해를 보게 만드는 낡은 관행을 버리라”고 비판해 유명세를 떨쳤다.
그동안 강한 소신 발언으로 함께 묶였던 둘이지만 올 들어서는 행보가 엇갈린다. 윤 센터장은 상승세를 탄 코스피지수가 당분간 하락세 없이 2300선까지 질주할 것이라며 낙관론자로 ‘전향’했다. 반면 이 센터장은 기업 실적을 동반하지 못한 코스피지수는 결국 박스권으로 돌아오게 된다며 ‘여의도 닥터둠’다운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29일 “내년 4∼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때 약간의 노이즈(하락)가 있겠지만, 그전까지는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지난 3월부터 한결같이 주장하는 코스피지수의 흐름은 올 4분기 2200선 돌파, 내년 상반기 2300선 돌파다. 윤 센터장은 “인플레이션이 기대된다며, 연초부터 주식시장 상승을 예견할 때 다들 내가 미쳤다고 했다”며 “하지만 이제 코스피지수가 솟구치자 ‘박스피’ 전망만 내놓던 증권사들이 이트레이드증권의 분석을 따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충분히 오른 것 같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덧붙였다.
윤 센터장은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흐름이라고 보고 최근 2년간의 비관적 전망을 거뒀다”고 ‘전향’ 이유를 밝혔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부양 의지도 괄목할 부분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최 부총리의 ‘경제는 심리다’라는 발언은 정말 엄청난 말”이라며 “기업에 쌓인 현금을 흘러나오게 해 가계의 심리를 개선한다면 주식시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돈을 벌고, 돈을 번 투자자들의 심리가 좋아지면 주가가 더 오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반면 이 센터장은 최근 코스피지수의 상승세가 그리 미덥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코스피지수가 고점을 돌파한 뒤 어느 정도 추가 상승하다 다시 하락, 현재의 박스권 내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보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가 지휘하는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관성으로 기존 박스권을 일시적으로 탈피할 수는 있지만, 결국 그 내부로 회귀하리라 판단한다”는 코멘트와 함께 다음 달의 코스피지수 변동 범위를 1920∼2080포인트로 발표했다. 2050선이 뚫린 요즘 분위기와 다른 꽤 비관적인 숫자다.
그간 주가 하락 가능성을 예견할 때마다 이 센터장이 내세운 논리는 ‘펀더멘털(경제기초체력)’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국내 상장사의 기업이익 총합이 3분기에 정점을 찍고 4분기엔 주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의 의미도 평가절하했다. 그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꺾인 것도 아닌데 부양책이 거론됐다는 건 그만큼 우리 경제의 회복이 힘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소비와 투자 부진은 워낙 구조적이라서 부양책으로도 쉽게 치유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2300까지 거침없는 질주”-“기업실적 나빠 도로 박스권”
입력 2014-07-30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