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법정 증언이 전날에 이어 29일에도 계속됐다. 증언을 듣노라면 그날의 먹먹함이 또 우리의 가슴을 짓누른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영문도 모른 채 칠흑의 바닷속으로 내몰린 친구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떠올리며 학생들은 “승객을 버린 어른들을 엄벌해 달라”고 울먹였다. 학생들의 외침은 참사 발생 넉 달 가까이 흘렀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세상을 향한 피맺힌 절규다.
학생들의 증언을 통해 재확인된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세월호 선원들의 무책임과 경찰의 무능함은 몇 번을 생각해도 용서하기 어렵다. 학생들은 “해경은 바다로 떨어진 사람들을 건져 올리기만 하고 안쪽에 친구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는데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단원고 학생들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반복됐다”고 입을 모았다. 절체절명의 골든타임에 승객 구조 책임이 있는 경찰과 세월호 선원들이 한 일은 이 같은 얼뜨기 짓이 전부였다.
세월호 참사의 핵심은 “우리는 단순히 수학여행길에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사고 후 잘못된 대처로 이렇게 많은 목숨을 잃은 것”이라는 증언에 함축돼 있다. 검찰은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구조에 나선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123정 정장을 29일 새벽 긴급체포했다. 학생들의 증언 이후 경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다. 123정 정장 한 사람만의 과실로 치부하기엔 잘못 대처한 사람이 너무 많다. 123정 정장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아 어물쩍 넘어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밝혀야 할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하나가 검찰이 세월호 침몰의 결정적 증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급변침 여부다. 정부통합전산센터의 선박 자동식별 시스템이 사고 시점에 고장 나는 바람에 당일 서둘러 작성된 항적도에는 세월호가 110도 급변침한 것으로 표시돼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해 작성한 2차, 3차, 4차 항적도에는 급변침은 없고 세월호가 ‘J’자 형태의 완만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무엇 하나 분명한 게 없으니 음모론이 판을 치고, 유병언의 사망을 둘러싸고 온갖 괴담이 활개를 친다. 검·경의 발표보다 SNS 등을 통해 확산되는 근거 없는 뜬소문을 사실로 믿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총체적 무능을 드러낸 검·경의 자업자득이다. 이렇듯 사회에 만연한 불신풍조를 틈타 청해진해운 측은 진행 중인 재판에서 세월호 침몰이 과적, 부실한 고박, 무리한 증개축, 평형수 부족 때문이 아닌 다른 물체와의 충돌에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개전의 정을 찾아볼 수 없다.
학생들의 바람은 “진실을 밝혀 달라”, 이것 하나다. 어른들은 이 쉬운 소원 하나를 아직까지 못 들어주고 있다. 본질을 외면한 채 곁가지에만 매달린, 명분도 실리도 없는 싸움의 결과다. 학생들 보기가 부끄럽다.
[사설] 세월호 학생들의 피울음 더 이상 외면말라
입력 2014-07-30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