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시범운영을 시작한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이 개장 한 달을 맞았다. 한국마사회는 “3개월 시범운영을 통해 유해한지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벌써부터 불안에 떨고 있다. 난동을 부리는 취객과 무단횡단, 불법주차가 늘어나면서 조용하던 동네가 시끄러워졌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술에 취해 소리 지르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많아졌고 주변 도로는 불법주차 차량과 무단횡단하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을 정도다. 화상경마장에서 235m 거리에 있는 성심여중·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환경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마사회는 화상경마장이 있는 18층짜리 건물의 6개 층을 주민 문화센터로 개방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영업일을 토·일요일로 제한해 큰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화상경마장은 신설된 게 아니라 용산 지역 내에서 이전된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굽히지 않고 있다.
화상경마장에는 베팅할 수 있는 자동발매기와 서울·부산·제주경마장 등에서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대형 화면이 갖춰져 있다. 레저시설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돈을 걸고 승률을 맞히는 사행성 도박장이다. 용산 화상경마장이 사회적으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사행시설이 다른 곳이 아닌 주택과 학교 밀집지역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화상경마장은 불과 30여m 차이로 규제 범위에서 제외돼 정부의 이전 승인과 구청의 건축 허가를 적법하게 받았다. 현재 규정에는 학교시설 반경 200m 이내는 학교정화구역으로 지정돼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마사회는 이 민감한 시설을 개설하면서 지역사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설 이전 권고도 외면했다.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방문해 반대 입장을 밝혀 부정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마사회는 합법적으로 승인이 난 사안이라는 주장만 펼 것이 아니라 주민과의 대화를 통한 타협점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주민투표 등 주변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사설] 용산 화상경마장 존폐 주민의견 우선돼야
입력 2014-07-30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