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신뢰로 경쟁력 확보해야… 20∼30대 젊은 조합원 발굴 절실”

입력 2014-07-30 02:41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2014 세계신협협의회’ 총회에 참석한 임원들이 28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대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브라이언 브랜치 사무총장, 그레고즈 바이에레키 회장, 다니엘 번즈 부회장. 신용협동조합 제공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 신용협동조합(신협)만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리고 있는 ‘2014 세계신협협의회(WOCCU·World Council of Credit Unions)’ 총회에 참석한 WOCCU 임원단은 28일 한국 언론과 만나 신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신협의 경쟁력은 신협의 철학에서 나온다. 그레고즈 바이에레키 협의회 회장 겸 폴란드 신협 회장은 “폴란드 사람들은 조합원의 경제사정이 나빠졌다고 해서 신협이 대출 상환을 요구하는 등 바로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며 “상업은행과의 경쟁에서 폴란드 신협이 경쟁력을 갖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메시지가 잘 공유되고 조합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질 때 새 조합원이 유입되고 조직이 더 탄탄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2011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 이후 거대 금융사들의 탐욕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많은 사람들이 대형 은행 계좌를 지역의 소형 은행이나 신협으로 옮겼다. 이익 창출보다는 조합원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신협의 방식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신협은 현재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 우선 ‘조합원 고령화’다. 신협 조합원 평균 연령은 48세다. 브라이언 브랜치 협의회 사무총장은 20, 30대 조합원 발굴을 위해 모바일 뱅킹 및 다양한 온라인 거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니엘 번즈 협의회 부회장도 “온라인 뱅킹 구축과 함께 SNS 채널을 활용하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문제는 규제다. 금융당국이 신협에 상업은행 수준의 건전성 기준 등을 적용하면서 신협의 특수성이 희석될 위기에 놓였다. 브랜치 사무총장은 “신협은 크고 작은 조합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획일화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규제로 인식되는 ‘지역조합 공동유대(영업구역)’에 대해선 조합원의 경제권·생활권에 따른 범위 설정이 더 적합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현재 국내 신협의 영업구역은 특별시·광역시의 경우 구(區) 단위로 제한돼 있다. 중소도시는 시(市)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WOCCU 총회는 매년 회원 간 교류와 협력 증진을 위해 열리는 행사다. 올해는 지난 26일 개막해 31일까지 ‘21세기 신협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진행된다. 전 세계 45개국 1845명이 참가했다.

골드코스트=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