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일에 시달리는 요즘 유독 주말이 기다려지고 휴가를 고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주말이 지나면 월요병을 앓고 휴가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진정한 안식을 누리지 못하는 탓입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어딜 가도 업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평안이 없는 삶은 누군가의 한탄처럼 일주일이 ‘월화수목목목목’인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일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 휴가 때문에 골치를 앓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평소 밖으로만 돌던 가장들은 가족을 위해 무언가 이벤트로 봉사해야만 한다는 부담에 눌립니다. 요즘처럼 경제적 여유가 없는 때엔 선택의 여지가 좁아지니 스트레스가 훨씬 심할 수 있습니다. 가는 길 오는 길이 꽉 막히는데다 괜찮은 곳은 어디나 인파가 몰리니 일터에서보다 짜증이 더 납니다. 이래저래 시달려 휴가마저 일이 된다면 정말 숨 막힐 일입니다.
안식은 일로부터 도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말바 돈은 ‘안식’이라는 책에서 창조주께서 정해 놓으신 일과 쉼의 리듬을 따라 살 것을 강권합니다. 그 리듬은 인간이 짜는 스케줄과 아주 다릅니다. 예를 들어 창세기는 아침이 아니라 저녁을 하루의 시작으로 여깁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몇째 날이더라는 방식이 그것입니다. 이는 일하고 쉬는 것이 아니라 쉼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리듬입니다. 마찬가지로 한 주의 시작은 월요일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예배하고 그가 주시는 안식의 복을 누리는 주일이 첫날입니다.
안식일의 히브리어 ‘사밧’은 중단이라는 의미입니다. 삶의 안정을 추구하는 생산과 성취, 노력의 중지를 뜻합니다. 자신의 삶을 하나님처럼 스스로 통제하려는 욕망을 버리는 것입니다. 참된 안식을 누리기 위해서는 잠에 떨어진 것처럼 모든 짐을 내려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진정한 휴식을 위해서는 영혼의 안식을 전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삶을 틀어쥐고 애쓰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진정한 휴식은 불가능합니다.
인간은 억지로 짐을 지는 소나 말과 달리 대개 스스로 고역에 뛰어듭니다. 특히 잘난 사람일수록 명예, 권세, 책임감, 체면이라는 짐을 한껏 걸머집니다. 그리곤 카뮤의 ‘시지프 신화’에 나오는 영웅처럼 행동합니다. 꼭대기에 올리면 바로 굴러 떨어지는 돌을 다시 굴려 올리는 고역을 사명으로 여기며 말입니다. 이는 단지 먹고 살기 위한 노력이 아닙니다. 스스로 삶의 의미를 쟁취하려는 종교적인 수고입니다.
게으름을 뜻하는 ‘나태(acedia)’는 본래 창조주의 의도를 거부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태는 ‘안식 없음’이며 ‘절망의 자매’라고 합니다. 놀기를 일삼는 것뿐 아니라 일에 빠져 안식을 저버리는 것도 일종의 나태입니다. 악인이 부지런하기까지 하면 가장 큰 재앙이라고 합니다. 나태의 반대는 부지런함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삶의 본연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삶을 스스로 통제하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하나님으로 하나님 되게’ 할 때 안식이 찾아옵니다. 이런 안식은 역경과 고난의 한 가운데서도 누릴 수 있습니다. 인생에는 일이나 놀이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습니다. 하나님과의 평안 속에 안식을 누리는 것이 그 중 제일입니다. 이번 여름휴가에서는 어떻게든 이런 휴식을 누릴 수 있게 되길 빕니다.
신국원 교수(총신대 신학과)
[시온의 소리-신국원] 참된 휴식
입력 2014-07-30 0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