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인도네시아에서 날아든 뉴스 한토막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 당선인이 ‘온라인 국민추천 인사’를 진행 중이라는 기사다. 취임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자신이 제시한 각 장관 후보자 3명 중 1명을 선택하거나 제4의 인물을 추천토록 했다는 것이다. 첫 민간인이자 서민 대통령 시대를 열게 된 그가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인재 풀을 넓히기 위해 직접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국민 호응이 폭발적이란 소식이다.
이런 먼 나라 뉴스에 특별히 눈길이 간 건 두말할 것도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실패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 것이다. 4명의 국무총리 후보자 중 3명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한 채 낙마하고, 마땅한 후임 총리감을 찾지 못해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총리를 유임시킨 박 대통령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작용했을 게다. 수첩인사, 끼리끼리 인사가 빚은 참사 말이다. 이로 인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차질이 생겼을 정도이니 마음을 열고 널리 인재를 찾는 인도네시아가 부러울 수밖에.
사실 국민추천 인사는 우리나라에서도 노무현정부가 시도한 적이 있다. 2003년 노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 제도를 도입했다. 실제로 조각을 하면서 ‘국민참여센터’를 설치해 온·오프라인으로 장관 후보감을 국민들로부터 추천받았다. 하지만 그것이 인사에 반영된 흔적은 거의 없다. 인수위 구상이었을 뿐 애당초 대통령에게 의지가 없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좀 다르긴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을 임명하면서 공개 검증 절차를 밟은 적이 있다. 2∼3배수의 수석 후보자를 언론에 공표해 평이 가장 좋은 사람을 골라 임명했다. 여론재판이란 비판이 많아 한번의 실험으로 끝내야 했다.
따지고 보면 국민추천 인사는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부 인사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국정 참여를 유달리 강조했던 노무현정부에 딱 맞는 제도라 하겠다. 그렇다고 박근혜정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지 14년이나 된 지금은 여론에 의한 검증이 불가피하다. 언론에 재갈을 물려 대통령의 인사에 아무런 제동도 걸 수 없었던 군사정부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구중궁궐에서 이뤄지는 밀실인사보다는 국민과 소통하는 인사가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국민추천 인사를 검토해봄직한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정부의 지나치게 좁은 인재 풀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정부 이후 청와대는 나름대로 ‘국가인재 DB’를 관리해 왔지만 정권교체 때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모르긴 해도 현재 청와대와 안전행정부가 확보하고 있는 인재 DB는 초라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민들에게 인재를 추천받는 시스템이 결코 나쁘지 않다. 개발도상국의 제도라 해서 무시할 것도 아니고, 과거 정부가 시도했던 제도라 해서 내칠 일도 아니다. 유능한 정부를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면 주저 없이 취할 일이다.
박 대통령은 계속되는 인사 파행을 바로잡고자 청와대에 인사수석제를 도입했다. 수석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낸 정진철씨를 기용했다. 총무처와 안행부,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누가 보더라도 인사행정 전문가다. 하지만 그다지 인맥이 넓지 않은 그에게 천하의 우수한 인재를 끌어모으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국민추천 인사 시스템 도입을 거듭 권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위도도 당선인이나 노무현정권의 방식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인사 때마다 특정한 자리에 어떤 사람을 앉힐지 국민들로부터 추천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상시적으로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인재 풀을 최대한 키우는 데 주력하는 것이 좋겠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성기철 칼럼] ‘국민추천 人事’가 부러운 이유
입력 2014-07-30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