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원교] 어우바 또는 오빠

입력 2014-07-30 02:07
‘어우바(歐巴)’는 우리말 ‘오빠’를 음역(音譯)한 중국어다. 오빠에 해당하는 중국어로는 ‘거거(哥哥)’가 있다. 그러나 이 단어는 오빠의 의미를 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거거는 오빠뿐 아니라 형도 가리키며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친분이 있는 남자를 두루 통칭하기도 한다. 연상의 남성 연인이나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을 지칭하는 뜻은 없는 것이다.

어우바는 중국의 대표적 검색 포털 바이두(百度)에도 올라 있다. “친밀한 호칭으로 한국 드라마에서 여성이 남성에 대해 이렇게 부르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이 말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바이두는 어우바를 이렇게 설명하면서 ‘오빠’라는 한글 표기까지 정확하게 병기해 놓았다.

바이두는 더 나아가 “어우바가 중국 인터넷에서는 ‘좋아한다’ ‘가깝다’ 외에 ‘은밀히 사랑하는 관계’를 뜻하기도 한다”고 풀이했다. 이러한 설명 옆에는 이민호의 얼굴 사진이 자리 잡고 있다. 이민호는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김수현이 뜨기 전까지는 중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오빠로 통했다. 지금도 인기는 여전하다.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淘寶) 등의 TV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이뿐이라면 약간 허전할 수도 있다. 바이두에서 어우바를 치면 관련 연예인으로 배용준, 김수현 사진도 뜬다. 김수현이 ‘뉴 페이스’ 오빠라면 배용준은 원조 오빠인 셈이다.

이제 신화통신은 물론 관영 매체들도 이 단어를 심심치 않게 사용한다. 베이징교통방송 등 라디오나 후난(湖南)위성TV 같은 TV 방송에서는 아주 빈번하게 이 말을 듣게 된다. 당초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어우바라는 단어를 썼으나 요즘은 아예 ‘오빠’라고 정확한 우리 발음으로 말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한쥐(韓劇)’로 불리는 한국 드라마가 결정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별그대’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한국어를 새로 배우려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베이징시내 오피스타운으로 유명한 궈마오(國貿·국제무역센터)에 있는 한 학원의 경우 수강생 거의 모두가 직장인이다.

“처음엔 한국어 업무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인 줄 알았죠.” 궈마오 부근에 있는 한국 기업 간부는 자사 내 중국인 직원들 가운데 한국 드라마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했다. 무슨 목적인들 어떠랴.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깊어지기만 한다면.

정원교 논설위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