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동명대학교. 4년제 동명정보대학교와 전문대였던 동명대학이 통합돼 2006년 3월 출범한 짧은 역사의 종합대학으로 재학생 9500명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간 규모의 대학이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대학이 최근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학 중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대학특성화사업(CK) 등에서 457억원을 확보했다(표 참조). 특히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을 앞두고 평가가 진행돼 대학들이 사활을 걸었던 CK에서 245억원을 따내 주목받았다. 동남권 사립대 중 가장 많은 액수였다. 지난 22일 찾은 동명대는 창업 동아리 학생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대학 관계자는 “동아리가 우리 대학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귀띔했다.
애벌레, 날 수 있을까.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단(사업단) 소속 창업 동아리 ‘팀 엘에프(TEAM LF)’ 학생들은 낚싯대를 들고 있었다. 짙은 녹색이 깔린 운동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환한 분위기의 동아리방에서 학생 6∼7명이 ‘손맛’(물고기를 낚았을 때 낚싯대를 잡은 손에 전해지는 진동)에 대해 몰두하고 있었다. 얼핏 들으면 장난 같은 내용이지만 학생들은 진지했다. “광어는 이런 느낌이고 우럭은 이런 식이야. 그럼 복어는? 그리고 상어는 어떨까.”
동아리 이름인 엘에프는 애벌레(larva)와 날다(fly)의 알파벳 첫 글자에서 따왔다. 아직 애벌레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세상을 날아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들의 동아리 활동은 장난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름방학에 학교에서 낚싯대와 씨름하는 이유는 스크린 낚시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굳이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동네에서 낚시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스크린 낚시 게임을 만들고 있다. 스크린 골프장처럼 대중화를 노린 프로젝트이고 현재 시제품 출시가 눈앞이다. 시제품은 감성돔 광어 우럭 등 3개 어종의 손맛을 구현한다. 학생들이 낚시 동호회들을 쫓아다니며 조언을 구하고 복수의 동호회로부터 인정받았다. 시제품이 출시되면 시장 반응을 살피며 다른 어종의 손맛까지 데이터베이스화할 예정이다.
이 동아리를 지도 중인 사업단 소속 교수는 “현재도 스크린 낚시 매장이 있지만 (동명대 학생들 프로그램처럼) 사실감이 없어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2년 뒤쯤 스크린 골프처럼 전국적인 프랜차이즈화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정교한 손맛과 함께 준비 중인 비장의 카드가 순위 시스템과 네트워크다. 다른 지역에 사는 낚시 동호인들이 함께 배를 타고 낚시를 떠나는 설정이 가능하다. 카카오톡 게임처럼 순위를 올리는 재미도 더해진다. 이씨는 “우연히 낚시를 해봤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는 손맛이 짜릿해서 잊을 수 없었다”며 “스크린 골프처럼 스크린 낚시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학생들은 아이디어, 대학은 기술과 사업화
메카트로닉스공학과 9명으로 구성된 동아리 별무리팀은 잠수복 재질로 만든 여행용 캐리어 덮개를 만들고 있었다. 시제품 출시가 9월로 다가와 눈코 뜰 새 없어보였다. 덮개를 여행용 캐리어에 싸면 긁힘과 파손이 효과적으로 방지된다. 전자 센서가 달려 있어 도난 방지도 되고 자동적으로 무게를 잴 수 있어 편리한 제품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특허를 획득했고 지역 중소기업과 협력해 실제 제품이 만들어지는 단계다.
이 아이템은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3학년생 이창우(22)씨의 작은 불만에서 출발했다. 이씨는 “여행용 캐리어를 새로 샀는데 공항에서 짐 찾을 때 보니 여기저기 긁혀 있고 심지어 바퀴도 빠져 있었다. 하소연할 데도 없어 무척 화가 났다. 이게 아이템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웃었다. 아이디어가 가능성을 인정받자 사업단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널찍한 동아리방과 컴퓨터 등 기자재가 주어졌고 예산 지원도 이뤄졌다. 창업에 정통한 중소기업청 출신 교수가 사업화를 진행하는 길목마다 조언자로 나섰으며, 특허청 출신 교수는 특허 출원 전 과정을 지원했다.
아이디어는 지난달 21일 미국 피츠버그 국제발명박람회(INPEX)에서 금상을 받았다. INPEX는 세계 3대 발명 박람회다. 동아리 대표인 정영훈(22)씨는 “우리 시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결과에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소한 불만에서 아이디어가 출발해 어엿한 사업으로 성장시킨 경험이 가장 큰 소득이자 자산”이라고 말했다.
1인 1특허로 무장해 취업 전선으로
산학협력이 지역 사립대의 한계에서 벗어나는 단초였다. 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키우려다 보니 모든 교육과정을 실무 위주로 개편하게 됐고 이는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불리는 ACE에 선정되는 계기가 됐다. 대학특성화사업에서 선전한 비결도 산학협력과 ACE가 발판이었다.
산학협력의 핵심에는 창업 동아리와 특허 교육이 있었다. 사업단에 속한 창업 동아리는 엘에프, 별무리를 포함해 31개다. 창업 동아리 학생 350명이 대학을 넘어 기업과 현장을 누비고 있다. 창업 동아리 학생들에게만 국한됐던 특허·사업화 노하우는 다음 학기부터 전교생에게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 학기 특허청 출신 교수가 진행하는 ‘특허와 창업’이라는 수업이 큰 호응을 얻은 것이 계기였다. 이 수업을 통해 지난 상반기에만 학생 61명이 특허를 따냈다. 다음 학기부터 이 수업은 교양 필수과목으로 지정된다. 수업은 두 학기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 수업 담당 교수들은 이번 여름방학을 활용해 특허 실무를 익히고 있다. 교수들에게는 사소하고 엉뚱한 아이디어를 특허로 만들어줘야 하는 어려운 임무가 부여됐다.
수업에서도 실무가 강조된다. 15주 동안 진행되는 수업이라면 일반 교수가 9∼10주, 기업에서 초빙된 실무 인력이 3∼4주 나눠 맡는다. 이 학교에서 일반화된 수업 방식이다. 동명대 관계자는 “학생에게 현장 실무를 가르치기 위해서지만 교수들을 자극하려는 의도도 있다”며 “당장 학생 눈앞에서 비교되니까 뒤떨어진 이론으로 시간만 때우려는 교수는 설 자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동명대 신동석 사업단장은 “대학 차원에서 창업을 강조하지만 위험하기 때문에 학생 때 창업하도록 밀어붙이지는 않고 있다. 창업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최고의 취업 교육이기 때문”이라면서 “하나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해보면 다양한 경험을 갖게 된다. 기업 활동 전반을 이해하는 창의적 인재를 배출하는 게 우리 학교의 목표다. 특히 특허를 받아본 경험은 우리 학생들만의 강력한 스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글·사진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위기 속 두각 나타내는 대학 (하) 동명대학교] ‘1인 1특허’ 무장… 창업동아리로 경쟁력 키운다
입력 2014-07-30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