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정책 사령탑에 부임한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24일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골자로 하는 경제 대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대규모 재정 및 금융 지원책, 세제 혜택 확대, 부동산 규제 완화, 그리고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주된 내용으로 담겨 있다. 다양한 정책 메뉴를 내놓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결국 가계소득 증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가계소득 증가가 곧 소비로 이어져 내수가 진작되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현 경제팀은 고령화, 소득분배 악화, 대외 경쟁력 저하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동시에 단기적으로 경기 침체에 대응해 경기를 되돌려야 하는,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신속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기대되는 가계 부문 소득 증대를 전략적인 정책목표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경제가 얼마만큼 활성화될지에 대한 논란은 경제학계의 오래된 논쟁이지만 이번 경제 대책은 저성장 기조 심화와 경기 침체의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현재까지는 경상수지 흑자가 경제를 버텨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환율 하락으로 많은 기업이 수익성 악화의 길을 걷고 있다. 만약 이러한 환율 하락 누적 효과가 결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에 결정적 타격을 주어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의 경기 침체는 한동안 헤어나오기 어려운 심각한 국면에 다다를 것이 예상되므로 정부 정책의 시급성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처럼 현 정책의 시의성과 적절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할 것이며 현재에도 어려운 기업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사내유보금을 임금 증가에 사용하는 데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근로소득 증대라는 정책목표에 합당하다고 보지만 배당을 늘리는 데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다. 우선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 지출보다는 배당을 주는 인센티브에 더 반응할 것이고, 이 경우 배당의 상당 부분은 외국인 주주들에게 돌아가 내수 진작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게다가 배당을 하면 소비가 는다는 주장에는 근본적으로 논리적 오류가 있다. 배당을 하면 그만큼 주가는 하락하므로 주주 입장에서는 자산가치 하락과 배당소득 증가가 상쇄되어 소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적극적인 기업 투자유인 및 규제 완화 대책이 빠진 점이 아쉽다. 가계소비에만 의존하기보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기업 활동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대책이 함께 추진돼야 정책의 실효성이 극대화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양적완화로 총수요를 늘리는 극약처방과 함께 ‘산업재흥계획’을 세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도 개혁을 꾀하고 있다. 세계적 추세에 대응해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이다. 셋째, 세제 완화, 재정지출 등을 동반한 정책은 불가피하게 재정수지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재정수지가 현재로서는 크게 나쁜 편은 아니지만 향후 예상되는 고령화 및 복지지출 증가를 고려하면 향후 중장기 재정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므로 수지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여 또 다른 세수 확보를 위한 정책 조정을 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이번 정책이 경기부양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 제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 진작으로 기업에 투자 의지를 높여 양적인 성장이 단기간 보일지 모르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경쟁력 약화는 해결해 주지 못한다.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을 탈출하기 위한 근본적 방법은 규제개혁, 국가적 혁신역량 제고 시스템 구축, 혁신이 보상받는 경제 등 근본적인 경제체질의 변화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시평-박정수] 새 경제정책, 기대와 우려
입력 2014-07-30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