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가 반한 스토리… 원작 연극과 또다른 긴장감 팽팽

입력 2014-07-30 02:26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극한 상황 속에서 욕망에 찌든 인간들이 벌이는 싸움을 그린 영화 ‘해무’의 이미지. 영화사 해무 제공
만선을 꿈꾸며 출항에 나선 '전진호' 선원들이 폭풍전야 대기하고 있는 모습.
올여름 극장가 흥행전쟁을 벌이는 한국영화 4편의 전모가 드러났다. 지난 23일 스타트를 끊은 ‘군도: 민란의 시대’는 개봉 5일 만에 관객 300만명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30일 개봉되는 ‘명량’은 예매율 1위에 오르며 흥행몰이 선전포고를 했다. 8월 6일 개봉되는 ‘해적’은 액션과 코미디가 어우러진 오락영화로 기대감을 갖게 했다.

8월 13일 개봉되는 마지막 주자 ‘해무’도 28일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해무’는 앞선 3편에 비해 제작과정 소식이 별로 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획 및 제작자, 시나리오와 출연진에 얽힌 사연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극한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해무’의 관람 포인트를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①봉준호 감독이 기획·제작했다는데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해무’ 원작을 처음 접한 순간 “영화로 만들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이야기”라고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봉 감독은 곧바로 기획에 들어가고 처음으로 제작까지 맡았다.

시나리오는 ‘살인의 추억’ 스토리를 함께 탄생시킨 심성보 작가와 공동 작업했다. 메가폰은 심 작가가 잡았다. 심 작가의 감독 데뷔작이다.

‘해무’는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처럼 평온한 일상에서 시작해 점점 긴장도를 높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 먹이는 식으로 전개됐다. 한때 여수 바다를 주름잡던 전진호.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하지만 정작 실어 나르는 것은 물고기가 아닌 사람이다. 해무가 가득한 선박에서 물욕에 눈 먼 선장의 명령에 따라 죽고 죽이는 장면은 계급사회를 비유한 ‘설국열차’와 비슷했다.

②극단 연우무대 연극이 원작이라는데

‘살인의 추억’ 원작은 연극 ‘날 보러 와요’, ‘왕의 남자’ 원작은 연극 ‘이’였다. 둘 다 극단 연우무대의 작품이다. ‘해무’는 연우무대 창립 30주년 기념연극 ‘해무’(2011)를 바탕으로 했다. 연우무대 연극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흥행에 성공한다는 얘기가 영화계에 나오고 있다. 520만명을 모은 ‘살인의 추억’, 1200만명을 기록한 ‘왕의 남자’에 이어 ‘해무’도 흥행을 이어갈지 관심이다.

영화는 연극과는 또 다른 강렬한 드라마를 선사했다. 해무로 뒤덮인 전진호의 제한된 공간에서 선원들의 서로 다른 욕망이 충돌하며 벌어지는 상황이 관객들에게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제공했다. 심 감독은 “보이지 않는 데서 오는 두려움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끄집어내 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청소년관람불가용 잔인한 장면을 이렇게 많이 넣어야 했을까.



③김윤석과 박유천의 연기 대결이 볼만하다는데

배우 김윤석은 책임감 강한 선장 철주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다층적인 내면연기를 선보인다. 박유천은 순박한 막내 선원 동식 역으로 스크린 데뷔작이다. 봉 감독은 “뛰어난 영화배우를 우리 영화계가 얻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쁘다”고 박유천에게 찬사를 보냈다. 관록의 연기파 배우 김윤석과 혈기왕성한 신인배우 박유천의 연기 대결이 기대를 모았다.

김윤석은 때로는 자상하고 인간적인 아버지 같은 인물로, 때로는 배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광적인 인물로 나온다. 지금까지의 김윤석과는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박유천은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귀여운 이미지를 선보이다 절정에 이르러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불꽃 튀는 두 배우의 연기 대결 승리자는 누구일까?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