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리비아 내 자국민 긴급 대피령… 카다피 붕괴 후 최악 무장소요 97명 사망 400여명 부상

입력 2014-07-29 03:56
리비아가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 붕괴 이후 최악의 무장 소요에 휩싸이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민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느라 비상이 걸렸다. 우리 정부도 리비아 내 우리 기업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26일(현지시간) 리비아 트리폴리 주재 대사관을 폐쇄, 직원들을 인근 튀니지로 철수시켰고 리비아 내 자국민에게도 대피를 요청했다. 스페인 벨기에 터키 필리핀 몰타 등도 자국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 등 주요 국제기구 역시 리비아지원단 등 현지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27일에도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민들에게 리비아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독일 외무부는 “리비아의 상황이 극히 예측 불가능해 납치와 공격을 당할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자국민들에게 즉각 출국하라고 당부했다. 네덜란드는 대사관을 임시 폐쇄할 예정이며 영국은 제한적인 영사 업무를 위한 최소 인원만을 남겼다.

우리 외교부도 주리비아 대사관 직원 12명 가운데 3명을 29일부터 튀니지로 임시 철수시키기로 했다. 또 이날 오후 리비아 진출 기업에 대한 안전간담회를 개최해 리비아의 악화된 치안상황을 감안한 세부 철수계획을 재점검하고 비(非)필수인원의 빠른 철수를 당부했다. 현재 리비아에는 우리 국민 500여명이 체류 중이다.

현재 리비아 내 무장 민병대들은 서로 주도권을 장악하려고 중화기를 동원해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3일 트리폴리공항에서 발생한 민병대 간 교전 이후 계속 격화돼온 리비아 사태는 공항 소유권을 놓고 경쟁관계에 있는 무장세력들이 정면충돌하면서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최근 ‘리비아 혁명작전실’을 주축으로 한 이슬람 민병대 연합군은 지난 3년간 트리폴리공항을 장악해 온 반이슬람 경쟁 민병대를 축출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리비아 보건부는 트리폴리 인근 병원 8곳에서 올라온 사상자 보고를 토대로 지금까지 최소 97명이 사망했고, 4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트리폴리공항 인근에 위치한 대형 유류저장탱크가 교전 중 로켓 공격으로 대형 화재에 휩싸이는 등 피해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리비아 정부는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BBC 등 주요 외신들은 리비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리비아의 제2도시인 동부 벵가지에서도 반이슬람 성향의 퇴역 장성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무장세력과 이들에 동참한 정규군이 이슬람 무장세력과 24시간 동안 교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번 교전으로 40여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사망자 대부분은 군인으로 파악됐다. 하프타르의 무장세력은 이슬람계 의회의 해산을 요구하며 5월부터 이슬람주의 무장세력과 충돌해 왔다. 트리폴리공항을 장악하고 있는 민병대도 하프타르를 지지하는 세력 중 하나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