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수사] 유병언 ‘마지막 행적’ 김엄마 입에서 나올까

입력 2014-07-29 03:33
이성한 경찰청장이 28일 오전 경찰청에서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청장은 “검찰과 적극 협조해 수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작은 사진은 운전기사 양회정씨. 연합뉴스

일명 '김엄마'(59·여·김명숙)와 유희자(52·여)씨의 자수는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마지막 행적을 더듬어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다. 그러나 두 사람마저 검찰이 별장을 수색했던 5월 25일 이후 유 전 회장과 연락이 두절됐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유 전 회장의 행적이 모두 드러날지는 의문이다.

검찰은 김엄마가 운전기사 양회정(56·사진)씨와 유희자씨 부부에게 유 전 회장의 은신처 마련을 지시하는 등 도피 계획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엄마는 지난 5월까지 유 전 회장이 숨어든 전남 순천의 '숲속의 추억' 별장을 자주 왕래했으며, 말린 유기농 과일 등 먹을거리도 차량으로 운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엄마가 유 전 회장이 살아 있었던 시점인 5월 25일 송치재 급습 때까지의 도피상황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유 전 회장의 생사가 애매한 5월 25일부터 6월 12일 시신 발견 때까지의 상황이다. 김엄마는 유희자씨와 함께 5월 27∼28일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서 나왔다고 진술했다. 유 전 회장이 별장에서 나와 인근 야산으로 도망친 시점이다. 유 전 회장이 홀로 야산에서 도주 중이었다면 휴대전화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그와 연락이 닿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엄마는 검찰 조사에서 "5월 25일 이후 유 전 회장과 아예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유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은 김엄마가 유 전 회장과 접촉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진술의 신빙성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검찰은 체포영장에 따른 48시간 동안의 구금시간을 채우지 않고 두 사람을 귀가시켰다. 이헌상 신임 특별수사팀장은 28일 "고민을 많이 했는데, 불구속 수사한다고 해놓고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루를 재우는 게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는 두 사람이 유 전 회장의 최후 행적과 관련해 유의미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거나, '선처' 약속이 지켜지는 모습을 보여줘 양씨의 자수를 유도하려는 조치일 수 있다.

김엄마와 유희자씨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검찰은 마지막 남은 공개수배자 양씨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양씨는 별장 급습 직전까지 유 전 회장을 수행해 그의 마지막 행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2012년까지 양씨 명의였던 선박수리 회사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에서 5년여 동안 해마다 수억원씩 받아가며 오하마나호 등의 수리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별장 급습 직후 홀로 도주해 금수원에 들어간 뒤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전북 전주의 한 장례식장 주차장 CCTV에 모습이 찍힌 게 전부다. 부인 유희자씨는 김엄마와 금수원을 나온 후부터 양씨와 연락이 두절됐다고 진술하고 있다. 검찰은 부인의 자수 소식을 접한 양씨가 자수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양씨 주변인들이 경찰에 전화해 자수 이후 절차 등을 물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선처하겠다고 밝힌 자수 시점은 이달 말까지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