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수사] “친구들 많이 남아있다 말했는데도 해경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어요”

입력 2014-07-29 03:34 수정 2014-07-29 16:01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한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손 닿을 거리에 있던 고무보트에 탄 해경은 바다로 떨어진 사람들을 건져 올리기만 했어요. 비상구 안쪽에 친구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는데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어요."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이 28일 사고 당시 선실을 빠져나와 복도에서 구조를 기다렸지만 승무원이나 해경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재판에서 증언했다.

단원고 생존 학생 6명은 이날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사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사고 후유증으로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안산에서 재판을 열었다. 당초 화상증언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학생들이 법정증언을 희망해 5명이 법정에서 증언했고, 1명은 화상증언을 했다. 피고인들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고 재판부의 비공개 결정에 따라 학생 가족과 취재진 등 10여명만 재판을 지켜봤다.

세월호 4층 선미 쪽 선실에 있었다는 A양은 "배가 90도로 기울어 선실에서 나와 보니 비상구로 향하는 복도에 친구 30여명이 줄을 선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대가 오지 않아 한 명씩 바다로 뛰어들었다. 내가 뛰어든 뒤 파도가 비상구를 덮쳐 나머지 10여명은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같은 선실에 있었던 B양 등 4명도 친구들이 서로 도와줘 탈출했고, 이 과정에서 승무원의 도움은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다.

C양은 "배가 기울자 반장이 친구들에게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소리쳤다"며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선내 방송이 나올 때는 이미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C양이 말한 반장 유모양은 배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단원고 학생들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반복됐다"면서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면 캐비닛 등을 밟고 많은 인원이 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재판부에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을 엄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에 이어 일반인 탑승객, 필리핀인 부부에 대한 증인신문을 했다. 29일에는 생존 학생 17명을 불러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안산=강희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