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勞… 달래는 使·政… ‘헛바퀴’ 노·사·정 제대로 돌까

입력 2014-07-29 03:15

지리멸렬하게 헛바퀴만 돌던 노·사·정 대화가 재개될 조짐이 보인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는 29일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열린다고 28일 발표했다. 박근혜정부 2기 내각 출범과 함께 바뀐 경제 장관들이 노사 대표자와 상견례를 가진다는 의미지만 그동안 워낙 노사정 관계가 경색돼 있었기 때문에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정부를 향한 노동계의 불신이 워낙 깊어 본격적인 대화 재개를 예단하기엔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목매는 정부=노사정 대화 재개를 향한 정부의 구애는 뜨겁다. 지난 24일 정부는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노사정 대화 재개를 향한 의지를 나타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사정 대화를 복원해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제고, 근로시간 단축 등 산적한 노동 현안 중 어느 것 하나도 노동계의 협조 없이는 이뤄낼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 해소도 대기업 근로자들의 양보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근로자 대표인 양대 노총이 (노사정위 대화에) ‘난 안 들어가겠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들어와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다해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취임 직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방문해 노사정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노동부는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도 수차례 고위급 비공개 회동을 여는 등 노사정 대화 재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29일 대표자 간담회도 정부가 제안해 이뤄졌다.

◇불신 보내는 노동계=그동안 노사정 대화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던 한국노총은 지난해 말 철도파업 당시 정부가 민주노총 본부에 경찰을 투입한 것에 크게 반발하며 노사정위 참여를 중단했다. 이후 한국노총은 정부의 사과를 대화 참여의 선결과제로 내걸고 있다. 게다가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 해소를 내걸고 있는 공공부문 정상화 정책도 공공부문 노조 탄압으로 인식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999년 이후 노사정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 제의에 대해 “노사정 대표자 중 노동계는 둘뿐이고 정부와 사용자 대표 등 나머지 6명은 사실상 같은 입장으로, 최소한의 균형도 갖추지 않은 구조에서 대화는 불가능하다”며 “이미 신뢰를 잃은 노사정위 대신 새로운 사회적 논의 틀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참여를 통해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더 많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현재의 노사정위 구성이 사용자 편향적이고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문제의식 때문이다. 전교조·전공노 법외노조화 등 이슈를 거치면서 정권퇴진 투쟁을 선언한 상태라 대화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군불 때는 재계=재계는 노사정 대화 재개에 적극적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은 지난 25일 최고경영자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노사정이 서로 양보를 통해 화합하게 되면 한국경제도 성장할 것이다. 이번에 못하면 영원히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노사정 대화 복원에 강한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문제 등의 노사 현안은 하나만으로도 파장이 큰 사안이어서 하나하나 쌓아 가면 기업이 생존할 수 없다”며 “임금구조 개편을 포함해 대타협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크게 보면 정부와 재계가 대화를 촉구하고 노동계는 한발 빼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로선 불확실성을 정리하면서 인건비 부담을 낮추는 편이 경영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는 길이다. 그러나 정년 60세 연장은 이미 법이 제정돼 2016년부터 시행되고, 통상임금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도 이미 나와 있어 노동계로선 별로 불리할 게 없는 상황이다. 노동계는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정부의 사과 또는 제3의 논의 기구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노사정 대화가 다시 열리려면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셈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