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추락·투자 무산… 너무 큰 총수의 ‘빈자리’

입력 2014-07-29 03:13

총수 부재를 겪고 있는 SK그룹과 CJ그룹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위기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 미래 성장엔진 확보 등에서 빈자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월 3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심 선고공판에서 법정구속됐다. 올해 초 4년 실형을 선고받았고, 수감생활 1년6개월째를 맞고 있다. 처음에는 최 회장의 빈자리가 커 보이지 않는 듯했다. SK그룹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가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해 돌아갔다.

하지만 차츰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SK그룹은 이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했을 때 ‘공백’을 가장 크게 느꼈다고 했다.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하고, 시 주석과 VIP 간담회도 가졌지만 충분치 못했다. 최 회장이 있었다면 더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잡았을 것이라는 게 SK그룹 내부의 판단이다.

최 회장은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로 있던 2005년부터 긴밀한 인연을 맺어 왔다. SK그룹 관계자는 28일 “SK그룹은 중국 투자를 활발하게 하는 기업이다. 이번 시 주석 방한 때 더 큰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물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주요 계열사 실적이 나빠지면서 위기론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맏형’격인 SK이노베이션은 정제 마진 하락, 환율 급락, 화학사업 수익성 악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그나마 최 회장이 오래전부터 공을 들인 석유개발사업 부문에서 전 분기보다 84억원 증가한 112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적자폭을 줄였다.

SK텔레콤은 시장 기대치(영업이익 6000억원 규모)에 못 미치는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성장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사업구조 개편이 필요하지만 총수 부재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잘 나가는 SK하이닉스가 2∼3년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데 있다. 경기 사이클을 심하게 타는 반도체 업종 특성을 감안할 때 지금 투자를 하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당장 시스템 반도체 부문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1년째 자리를 비우고 있는 CJ그룹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7월 1일 이 회장이 구속된 뒤로 대형 투자가 잇달아 무산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투자가 중단·보류된 규모가 4800억원에 이른다.

CJ대한통운이 지난 1월 충청지역에 물류 터미널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하려다 무기한 보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과 인도 물류업체 인수를 추진하다 협상단계에서 멈추기도 했다. CJ오쇼핑의 해외 M&A도 표류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생물자원 사업부문의 중국·베트남 기업을 인수하려다 최종 단계에서 중단했다.

CJ그룹 관계자는 “매년 외식·문화콘텐츠·바이오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지만 이 회장 구속 이후에는 보수적 경영을 할 수밖에 없어 올해 투자 목표 2조원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