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몰락으로 이끈 탐욕’… NYT, 1면 톱 등 3개면 보도

입력 2014-07-29 02:20
뉴욕타임스(NYT)가 27일자 일요일판에 세월호 사건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후를 다룬 기사를 3개면에 게재했다. 사진은 NYT 홈페이지에서 캡처한 1면 사진과 기사.

뉴욕타임스(NYT)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소식을 27일(현지시간) 1면 머리기사를 포함해 3개면에 걸쳐 보도했다. ‘몰락으로 이끈 탐욕(Greed before the fall)’이라는 제목으로 유씨의 탐욕이 빚어낸 비참한 말로를 묘사했다. 내용은 유씨의 인생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면으로는 그런 탐욕이 가능케 한 한국 사회의 후진성을 되짚는 기사였다.

1면 기사는 유씨의 죽음으로 시작했다. 이어 12면과 13면 전체를 할애해 세월호 사건이 생긴 배경과 유씨 일가의 축재에 대해 써내려갔다. 신문은 “수만명의 신도가 그를 따르고, 국내외에 200채가 넘는 아파트와 재벌 수준의 많은 기업을 거느린 유씨가 결국 매실밭에서 홀로 쓸쓸히 죽어갔다”고 소개했다. 유씨가 지난해 6월 명사들을 초청해 파리 베르사유 궁전의 오랑주리 박물관에서 전시회를 가졌고, 당시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까지 초청한 일을 거론하면서 생전의 화려함과 매실밭에서의 비참한 최후를 대비시켰다.

NYT는 유씨의 삶이 비극으로 끝난 것은 ‘탐욕’ 때문이라고 했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세월호를 불법 증축했고, 돈을 아끼려고 세월호 직원들에게 안전교육도 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불법 증축으로 유씨가 벌어들인 돈이 290만 달러(약 29억원)라고 소개하면서 “세월호 참사로 숨진 이들 1명당 9500달러(950만원)의 목숨값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씨 일가가 미국에만 800만 달러(80억원)어치 부동산을 갖고 있는 등 탐욕으로 벌어들인 돈을 해외로 잔뜩 빼돌렸다는 사실도 거론했다. 또 유씨 일가가 세모그룹 계열사를 자신들의 개인 자동입출금기(ATM)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박근혜정부가 선박 불법 운영을 관리감독하지 못한 점과 무엇보다 사고 때 구조에 실패한 점을 가리려고 유씨에 대한 마녀사냥에 나섰다는 구원파 신도들의 불만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경제성장을 위해 상대적으로 안전문제에 느슨하다”며 “빌딩 붕괴 사고와 원전비리 등도 그런 것과 연관돼 있다”고 했다. 신문은 끝으로 “유씨가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 이후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수많은 돈을 써왔다”며 “하지만 결국은 전국 방방곡곡의 수배자 전단에 자신의 얼굴이 나붙게 됐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