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라 남들보다 배는 더 노력해야 하지만 안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경재(28)씨는 28일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의 ‘장애인을 위한 여행지도 그리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한성대 행정학과에 다니다 2007년 육군에 입대했다. 상병 진급 직후인 2008년 9월 유격 훈련 중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젊은 나이에 장애를 안게 된 충격은 컸다. 우울증과 실어증에 시달리다 자살까지 시도했다. 그러던 유씨가 다시 일어서게 된 건 운동을 시작하면서다. 지인의 권유에 휠체어 펜싱을 시작했다. 4년 연속 전국체전에 나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딸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 자신감도 회복해 포기했던 학업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유씨는 지난 5월 장애인을 위한 여행지도 그리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역과 관광지 주변의 휠체어 이동로 및 장애인 편의시설 정보를 지도화하는 작업이다. 비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기존의 지도가 실제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불편을 겪는 이들이 많다 보니 직접 제작에 나선 것이다.
유씨는 “봉사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안대를 한 채 작업하더라도 장애인들이 정말 이런 느낌일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한다”며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데 나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한 사회적기업에 입사했다. 그의 꿈은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그는 “떳떳한 가장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달리겠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휠체어 타고 그린 ‘특별한 지도’… 하반신 마비 유경재씨, 장애인 위한 여행지도 제작 참여
입력 2014-07-29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