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에서는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슬람교인들이 교회에 모여 함께 식사하고 알라에게 기도하고 있는 것.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 온 팔레스타인 이슬람교인들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까지 1000여명이 이 교회에 머물렀거나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교인 마흐무드 할리프(27)씨는 이 교회에서 분노와 증오를 떨쳐 버리고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레바논 일간지 데일리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갈 곳 없는 나를 이곳에서 지낼 수 있게 해 줘 너무 감사하다”며 “기독교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리스정교회 소속으로 12세기에 세워진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는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가자지구 피난민들의 안식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피난민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다. 교회는 이들에게 식사는 물론 매트리스와 담요, 장난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의 알렉시오스 대주교는 “기독교인은 물론 이슬람교인 등 모든 이웃들을 돕기 위해 교회를 개방했다”며 “이는 교회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슬람교인들은 교회의 세심한 배려로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가족과 친구, 이웃을 잃거나 집과 일터가 부서진 슬픔 속에서도 일상의 작은 행복을 찾고 있다. 아이들은 교회 마당에서 공을 차며 잠시나마 웃음을 되찾았다. 한 피난민 여성은 교회에서 아이를 낳고 새 생명의 기쁨을 나눴다.
팔레스타인 가지지구의 기독인구는 1400여명이다. 180만 이슬람교인의 0.08% 정도다. 가자지구는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 기독교인들은 그동안 많은 핍박을 받았다.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도 2006년 정체불명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교회는 과거를 잊고 어려움에 처한 이슬람교인들을 묵묵히 품었다. 한 기독교 자원봉사자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이슬람교인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도 공습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피난민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 몸을 누일 공간이 없거나 석유가 떨어져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날이 많아졌다. 물자 부족도 심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알렉시오스 대주교는 “사람은 희망을 가져야 한다”며 “죽음과 마찬가지로 삶도 늘 우리 곁에 있다”고 강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1000여 무슬림 피난민에 교회 개방
입력 2014-07-29 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