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다시 올 것… 문제 하나도 해결 안 돼”

입력 2014-07-29 02:00
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와 한국 경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부키 제공

장하준(50)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금융위기를 불러온 원인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은 장 교수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도 금융개혁이 미진하다”며 세계 경제에 대해 이런 비관적인 예측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미국에서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 강화가 도입되긴 했지만 유예기간을 7년이나 줘서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평가다. 위험성이 큰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도 새로 도입된 게 없어서 파생상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역시 문제가 많았는데 규제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확실치 않다”고 진단했다. “고용지표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파트타임이나 자영업이 늘어난 것이어서 일자리의 질이 좋은 건지 의심스러운 데다 주식시장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거품이 심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이어 미국과 영국 등에서 나타난 주식·부동산 시장의 과도한 거품,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구의 갈등, 중국의 부실 금융 문제 등을 열거하며 “어떤 게 뇌관이 돼서 촉발될지 모르고, 그 시기가 내년이 될지 후년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또 한번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장 교수는 규제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외부 자본의 과도한 유·출입을 막기 위해 자본시장 규제 도입이 필요할 것이고, 금융이나 부동산 거품을 통해서 경제를 살려보려는 시도를 삼가야 한다. 도리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한국이 그나마 충격이 적었던 것은 그 이전에 부동산 대출규제를 다른 나라보다 엄격히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부키)를 출간했다. 이 책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영국의 펭귄출판사가 전설의 ‘펠리컨 페이퍼백’ 시리즈를 부활시키면서 첫 저자로 장 교수를 선택해 출판을 의뢰한 책이다.

장 교수는 이번 책에서 모든 경제학은 정치경제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경제학과 경제전문가들을 의심하라고 역설한다. 기성 경제학계로부터 배척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저는 하고 싶은 얘기를 하려고 교수가 됐어요. 학계에서 성공하는 것은 제 관심 밖이에요. 동료 교수들한테도 얘기해요. 자기 얘기를 안 하려면 왜 교수를 하냐고. 그럴 거면 나가서 돈을 버는 게 낫다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장 교수는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말을 꺼내기도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 “경제학자로 보자면 세월호 참사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그나마 있는 규제마저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정부, 거기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