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혼·출산 장려만으론 인구 위기 못 막는다

입력 2014-07-29 02:50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19명을 기록하는 등 13년째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국가에 속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이며 세계 224개국 중 219위다. 우리보다 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싱가포르 마카오 대만 홍콩 정도다.

우리나라는 2016년을 정점으로 경제활동의 주축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든다. 여기에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고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어 한국경제에 다가오는 재앙을 방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초저출산과 향후 인구동향’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현재의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2100년쯤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국민의 절반에 이르는 ‘인구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다.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만큼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지고, 사회보장 재원 때문에 재정수지도 나빠져 인구 위기가 결국 경제·사회 위기로 이어진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인구구조 변화가 재정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현재의 20, 30대 연령층이 평생 자신이 공공부문에서 받는 혜택보다 1인당 평균 1억원 이상을 초과 부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50대 후반 연령대부터는 부담액보다 혜택이 더 많다. 현 추세라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고령화로 복지지출이 늘면서 재정수지는 악화되고 세대 간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세대 간 갈등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지속적인 성장도 가로막는다. 곳곳에서 울리는 저출산·고령화의 경고음을 허투로 넘겨선 안 되는 이유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결혼·출산 장려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고 100조원 넘는 예산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양육수당이나 육아휴직 확대 등 미시적인 대책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젊은 세대가 왜 결혼을 꺼리고 아이를 낳지 않는지에 대한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 양육비 부담을 덜어주는데서 나아가 사교육비와 주거비 부담을 낮춰주고, 의료비 경감 등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해 노후에 대한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확산시키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더불어 이제는 미혼모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사회적으로 끌어안을 때도 됐다고 본다.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혼외출산 아이를 차별하지 않는 정책으로 출산율을 높였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재앙을 피하려면 과감한 이민정책도 필요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 이탈리아와 함께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독일은 출산율 하락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했다. OECD 국가 중 일본 다음으로 외국인 비율이 낮은 우리나라도 독일을 본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