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우는 자와 함께하라] “요한이 못다 이룬 꿈 엄마가 이룰겁니다”

입력 2014-07-29 02:39
김금자 경기도 안산 성문교회 사모가 지난 24일 안산빛나교회에서 “모든 문제의 해답은 하나님께 있다고 믿을 때 마음에 평안이 왔다”고 고백하고 있다. 안산=강민석 선임기자

“주의 일을 하길 꿈꾼 요한이가 이렇게 인생을 마무리한 데는 분명 하나님의 계획이 있습니다. 아들을 영적 동반자로 삼아 전도 사역에 힘써 요한이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룰 겁니다.”

세월호 침몰로 맏아들 임요한(17)군을 잃은 김금자(46·안산 성문교회) 사모는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의 안산빛나교회에서 참사 100일에 대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단원고 2학년 4반 임군은 침몰 20일 만인 5월 5일 세월호 4층 좌현 구석에서 발견돼 가족의 품에 안겼다.

김 사모에게 임군은 ‘삶의 이유’였다. 임군은 개척교회 목회를 한 아버지 임온유(52) 목사와 생계를 위해 일을 나간 김 사모 대신 집안일을 했고 두 살 터울 여동생을 돌봤다. 학업과 가사를 병행하면서도 힘든 내색 없이 학교의 궂은일까지 도맡아 하던 아들이었다.

김씨는 수학여행을 가기 두 달 전 생활비를 쪼개 처음 아들의 과외 교습을 시켰다. 김 사모는 “식당과 공장에서 일한 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요한이가 ‘엄마 힘들지’라며 안마를 해주곤 했다”며 “집안 뒷바라지를 다하는 아들에게 부모 노릇 해야겠다 싶어 난생처음으로 과외를 시켰는데…아이의 고생을 하나님께서 알고 천국에서 편히 쉬라고 데려간 것 같다”며 울먹였다.

임군은 4반 학생 중 가장 늦게 발견됐다. 그럼에도 김 사모는 “요한이만 안 돌아와 절망하기보단 아들 친구들이 모두 돌아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고 했다. 실종 열흘 뒤부터 세월호 실종자와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는 그는 “세월호 앞에서 애타게 부르고 기도한 지 35분 만에 임군이 발견됐다”며 “얼굴이 많이 훼손되지 않아 아들을 만지고 보낼 수 있어 감사했다”고 했다.

임군의 꿈은 아버지 같은 목회자가 되는 것이었다. 지난 5월 7일 아들 장례를 치른 김 사모는 “요한이가 천국에 있다는 확신 때문에 마음에 위로가 되고 평안이 왔다”며 “주의 일을 하는 게 꿈이던 요한이의 마음을 품고 전도를 사명으로 알고 살 것”이라고 다짐했다.

세월호 참사는 이들 가족의 삶을 뒤흔들었다. 아버지 임 목사는 국내를 두루 다니며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을 벌인다. 중학생 딸은 10여년을 함께한 오빠의 빈자리 때문에 부쩍 말수가 줄었다. 김 사모는 일을 관두고 현재 딸 등 가족을 돌보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유가족 상처치유를 돕기 위해 트라우마 치유 수업을 듣는다. 그는 “아이들은 국가의 잘못된 사고방식으로 희생됐다”며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뿐이다. 이 사건으로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