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쯤 한달 연속 폭염 가능성… 사망자 1만명 넘을 수도

입력 2014-07-29 02:24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1만여명, 시내버스 타이어 연쇄 폭발로 대형 교통사고 빈발, 기차선로 변형으로 KTX 운행 중단, 대규모 정전사태, 활주거리 증가로 항공기 운항 차질….’

안전행정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여름철에 폭염이 한 달간 지속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담은 ‘퓨처 세이프티 이슈(Future Safety Issue)’ 보고서를 28일 발간했다.

보고서는 국내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1994년 ‘마른장마에 따른 이른 폭염’ 유형과 2012년 ‘한여름 폭염’ 유형이 기후변화로 인해 연이어 발생하는 최악 상황을 예측·분석한 것이다.

연구원은 “최근 여름의 시작일이 빨라지고 지속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로 볼 때 2020년쯤 폭염주의보가 30일 이상 계속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이 이틀 연속 이어질 때 발효된다. 연구원은 현재 연평균 폭염 발생일은 10일 정도지만 2050년에는 폭염 일수가 현재의 3∼5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 측은 폭염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세균성 질환 창궐, 면역력 저하 등으로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뜨거워진 도로와 브레이크 열기 등으로 인해 버스 타이어가 폭발하고, 기차선로 변형으로 열차가 탈선해 교통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화력발전소 냉각수 부족과 수온 상승으로 발전소 가동이 중단돼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연구원은 또 식자재 원가와 대체사료 가격이 폭등해 서민물가가 상승하고, 녹조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상·하류 지역 간 식수원 확보를 둘러싼 갈등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서 살인사건 발생률도 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김대곤 재난안전연구원 연구관은 “2003년 여름 프랑스에서 폭염으로 1만4000명이 사망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폭염에 의해 초래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