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가가 계속되는 불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독 출판계도 예외는 아니다. 책은 계속 쏟아지지만 독자의 손에 들려지는 저서는 손에 꼽힐 정도다. 그런데 최근 2년간 무려 7권의 ‘신앙서적’을 연속 출간, 많은 독자들을 갖고 있는 목회자가 있다.
부산 수영로교회 이규현(58) 담임목사다. 그의 이름이 다소 생소한 것은 정필도 원로목사 후임이 된 지 3년이 채 안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창문 너머로 해운대 바다가 훤히 보이는 집무실에서 이 목사를 만났다.
“시드니 새순장로교회에서 20년 이민목회를 하다 2011년 10월에 수영로교회로 부임했어요. 시드니로 가기 전 5년간 수영로교회 강도사로 사역했었고요. 부임 후엔 대외활동 없이 목회만 진력했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 설교와 신앙 칼럼들을 모아 책으로 묶었는데 성도들이 많이 읽어주시니 참 감사하네요.”
이 목사의 책이 연속 출간되었다는 것은 그의 저서가 ‘시장성’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글이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는 ‘영성서’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다. 글이 간결해 숨 가쁘지 않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것 또한 특징이다.
최근에 출간한 저서 ‘믿음불패’(두란노)는 도전적인 책 제목과 함께 독자들에게 “당신의 믿음은 전시용인가? 실전용인가?”란 강한 질문을 던지며 시선을 잡는다.
“히브리서 11장에는 아벨, 에녹, 노아, 아브라함 등 성경의 인물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믿음으로 승리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이 더 빛나는 것처럼 믿음은 어려운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이 목사는 ‘믿음장’으로 불리는 히브리서 11장을 바탕으로 ‘믿음’ ‘태도’ ‘동행’ ‘확신’ ‘한계돌파’ 등 10개의 핵심 키워드를 짚어냈다. 이들 키워드야말로 믿음의 선진들이 생명을 걸고 믿음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믿음의 선진들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훨씬 더 분명하게 보았습니다. 사자굴 속에 들어간 다니엘의 눈에는 사자 입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임재하시는 하나님이 보였습니다. 요셉 역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계속 보았습니다. 시련 속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때를 기다렸던 것은 언젠가 하나님이 하실 일들을 믿음의 눈으로 먼저 보았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서 11장에서 우리는 가공할 만한 믿음의 위력을 봅니다.” 그래서 ‘믿음은 불패’인 것이다.
이 목사의 글은 단순하면서 명료하다. 주제를 따라 줄기에서 벗어나지 않고 명확히 결론을 도출해낸다. 예화나 간증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성경 말씀을 통해 독자를 이해시킨다. 즉 말씀으로 말씀을 풀어간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는 우리의 지각과 이성의 작용이 크게 도움 되지 않습니다. 전문가적인 식견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믿음이 우리 인생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지금까지의 인생길에서 내 인생을 바꿔 왔던 결정적 순간을 돌아보십시오. 그때 나에게 믿음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결국 믿음의 작용에 의해 내 인생이 달라지고, 방향이 바뀌고, 전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22쪽)
“히브리서 11장에 기록된 인물들의 삶을 푸는 열쇠(key)가 바로 1절에 있습니다. 그들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 즉 정확하게 이루어질 것들을 붙잡았습니다. 그들의 믿음은 그저 막연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믿음의 눈으로 그것을 보았습니다.”(29쪽)
“순례에 익숙해지면 자유가 찾아옵니다.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 됩니다. 세상의 모든 길이 집이 되고, 쉼터가 되고, 즐거운 사역 현장이 됩니다. 믿음의 순례자들은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조금의 아쉬움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채우려고 하지 않고 부족한 것에 대해 자족(自足)의 비결을 익히는 것이 순례자의 삶입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바울은 말했습니다.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빌 4:11). 이것이 바로 순례자의 영성입니다.”(191∼192쪽)
이 목사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사역자가 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평소에는 한없이 부드럽지만 사역과 설교의 자리에 선 폭풍처럼 몰아치는 강력한 파워가 나온다. 그래서 때로는 날 선 메시지로 영혼을 일깨우고, 눈물로도 부르짖어 ‘영성의 공감대’가 순식간에 형성된다. 이 목사는 “마음과 삶을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성도를 보는 것이 목회자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새순장로교회를 호주 최대의 한인교회로 키운 그는 현재 아시아언어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믿음불패’에 앞서 그가 낸 책들은 ‘영권 회복’을 비롯해 ‘그대, 그대로도 좋다’ ‘깊은 만족’ ‘힐링 갓’ ‘그대, 느려도 좋다’ ‘흘러넘치게 하라’(이상 두란노) 등이다. 가을쯤 히브리서 11장 후반부를 주제로 쓴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단아한 자세에 시종 여유로운 미소를 보인 이 목사는 “진짜 믿음은 세상을 압도하며 삶을 변화시킨다”며 ‘믿음불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이제 거품을 걷고 스스로를 성찰하고 고뇌하는, 성숙한 모습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을 맺었다.
부산=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아벨·노아 등은 역경 속에 어떻게 승리했나 그 해답을 찾아 ‘믿음의 여정’ 함께 떠나요
입력 2014-07-3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