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크리에이션과 놀이를 통한 어린이 사역 전문가인 노승주(44) 기독교놀이연구소장은 요즘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여름 방학을 맞아 전국의 교회 등으로부터 캠프나 주일학교 강습회를 이끌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서울 은평구의 팀비전센터(옛 기독교수양관)를 방문해 곳곳을 살펴봤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서울 북노회 주일학교연합회가 다음 달 7∼9일 여는 ‘놀이와 함께하는 어린이 영성캠프’ 답사 활동에 나선 것이다. 수영장을 살펴보면서 “비가 와서 물이 차야 할 텐데”라고 중얼거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캠프에 참가할 학생들에게 어떻게 재미와 말씀을 조화롭게 전달하느냐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를 찾는 교회가 많다는 것은 역으로 교회 주일학교가 그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제 목회자들은 주일학교 학생이 부족해 위기를 맞고 있다며 입을 모은다.
노 소장은 교회의 이런 진단을 어떻게 생각할까. “저출산으로 아이들 숫자가 줄었기 때문에 주일학교가 쇠퇴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교회와 사역자들이 ‘교회가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깨고 학생들과 더 친해지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데 소홀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가 보는 현재 교회와 주일학교의 문제점은 너무 판에 박혀 있다는 것이다. 노 소장은 “95%의 교회가 찬양·율동→예배→공부→광고로 끝나요. 주일학교에서도 기도, 출석인사, 공부 외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교회가 즐겁고 재밌으면 출석률이 평소보다 20∼30% 높아집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교회 가면 즐겁다”고 인식하면 자연스럽게 믿지 않는 친구들을 데려오기 때문에 전도효과도 크다고 한다. 주일학교 교사에 대한 교육 강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학생들이 교회와 주일학교 출석을 즐겁게 생각하려면 교사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며 “교사들이 행복한 지도를 하고 어린 학생과의 소통을 잘할 수 있도록 교회가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일학교 교사로 사역하던 1998년 기독교놀이연구소를 시작했다. 어린이 사역에 봉사하다가 다운증후군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이 생겼는데 레크리에이션을 하면서 그들의 환한 웃음을 접한 뒤 레크리에이션(놀이)과 신앙의 접목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경북 구미 강동교회에 다니던 내성적인 한 아이는 지난해 주일학교 학생 전체가 참여한 가위바위보 놀이에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 게임을 거듭할수록 그의 표정은 밝아졌고 행동은 과감했다. 나중에 그 아이는 주일학교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도를 열심히 하는 학생으로 변했다. 노 소장은 “놀이가 마음속 상처를 갖고 있는 많은 아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안겨주면서 나중에는 그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노하우를 담은 ‘주일학교 놀이로 디자인하다’는 책을 2011년 발간했다. 대만에서 사역하는 한 전도사가 책을 보고 감동한 나머지 대만주일학교연합회에 소개했고 이를 계기로 올해 안에 이 책의 중국어판이 중화권으로 보급된다. 그의 ‘놀이’ 사역에 대한 공감대가 국경을 넘게 된 것이다.
궁극적으로 꿈꾸는 사역이 뭔지를 물었다. “국내 각 지역마다 놀이연구소의 거점 센터를 세워 놀이를 포함한 각종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그것을 다시 교회로 보내면서 말씀과 은혜를 살찌우고 싶습니다.”
글·사진=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판에 박힌 주일학교, 놀이로 재미를 입히자
입력 2014-07-29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