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병기] 4대강 부채, 원칙으로 해결하자

입력 2014-07-29 02:20

공기업 부채관리가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기업 부채가 국가재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부채는 이제 해당 공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문제가 되었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새롭게 인식했다. 부채규모가 큰 중점관리대상 공기업 18개를 지정해 부채감축을 통한 공기업 정상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의 대내외 경제환경은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변동성이 높다. 안으로는 저성장 경제구조가, 밖으로는 세계시장의 통합화가 정착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건 부채관리를 통한 위험관리다. 늦은 감이 있으나 정부가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에 나선 것은 적절해 보인다. 공공부문보다 위험대처가 빠른 상장기업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 340% 수준이던 평균부채비율이 최근 90% 전후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공기업 부채감축 정책은 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되는 문제가 있다. 적정부채비율은 경제상황뿐만 아니라 기업의 특성을 반영해 결정돼야 한다. 획일적인 부채비율 감축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아울러 부채의 원인에 대한 고려 없이 자구노력만으로 부채를 감축하라는 요구는, 원칙 붕괴에 따른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지난해 감사원의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보고서를 보면 주요 공기업의 금융부채 증가가 자체 사업보다 정부정책, 공공요금통제 등에 기인한 것을 알 수 있다. 원인에 관계없이 그 결과에 대한 책임만을 묻게 되면 공기업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효율성과 공공성의 조화로운 추구로 공공복리의 증진을 꾀하는 것이 정부가 공기업을 설립하고 지원하는 근본 이유인데 말이다.

4대강 부채가 좋은 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4대강 사업 수행 이전인 2008년 말 부채비율이 20%도 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에 8조원을 부채로 조달하면서 2013년 말 부채비율은 120%로 급증했다. 부채의 절대규모 자체도 14조원이나 된다.

4대강 사업은 전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수공의 4대강 사업 참여를 결정하며 “4대강 사업 투자비는 친수구역 개발이익으로 우선 회수하고, 부족분은 사업종료 시점에서 수공의 재무여건을 고려해 재정지원 방안을 구체화한다”고 약속한 것이다. 친수구역 개발사업은 투자비 회수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사업성이 있더라도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다시 부채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부채감축에 역행하게 된다. 자체사업으로 연간 2000억원 내외의 순이익을 내는 수공의 수익구조를 감안하면, 8조원의 4대강 사업 투자비를 자구노력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수공의 경우 정부가 4대강 사업 재원을 떠넘겨 재무여건이 악화됐다”며 이를 바로잡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4대강 사업에 따른 부채를 수공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것은 공감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해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정부임을 보여줘야 한다. 국책사업으로 인해 증가된 공기업 부채는 정부가 책임지는 게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원칙 고수는 정부의 신뢰성을 높이고 공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돕는다.

국민 입장에서는 신의 직장, 철밥통, 억대 연봉, 방만경영 등의 말만으로도 화가 나는 게 사실이다. 공기업이 방만하게 운영돼온 부분은 철저히 반성하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어려운 것이 공기업이다. 다만, 부채관리는 방만경영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부채 증가의 원인에 따라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원칙을 지키는 정부의 자세를 강조하고 싶다.

김병기 충북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