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도 이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독일은 연방 차원에서 법정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지난 3일 독일 연방하원은 내년부터 모든 직종에 시간당 8.5유로(약 1만2000원)의 최저임금을 적용하도록 하는 ‘임금자율화 강화법’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독일은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가운데 22번째로 법정 최저임금제를 실시하는 나라가 된다. 영국도 지난 3월 최저임금을 3% 올렸고, 호주는 이달부터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은 큰 틀에서 가계소득을 늘려 성장을 촉진하자는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론’의 한 부분이다. 새로 출범한 최경환 경제부총리팀의 성장정책도 ‘소득 주도 성장 계획’으로 분류된다.
경제성장에 가계소득 신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최근에 갑자기 나타난 이론이나 동향은 아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지부진한 경제 회복과 금융위기 자체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이에 관한 논의와 연구가 활발해진 것은 틀림없다. 무엇보다 소득 불평등이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해악에 대해 경제학계가 새롭게 주목하게 된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다. 논리는 이렇다. 세계 주요국들이 동시에 수요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소비 증진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것이 주요 정책 목표가 된다. 그러나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상위 소득 1%의 소득을 늘려줘도 부유층의 한계소비성향이 낮아 경기 회복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늘어난 소득이 바로 소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줘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중산층이나 빈곤층의 소득 향상이 정의의 문제일 뿐 아니라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유효수요 창출과도 깊게 관련돼 있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등 국제기구에서도 저소득층 임금을 올려 경제 회복을 촉진하는 정책 방안에 대한 긍정적인 논평이 나오고 있다. IMF 조너선 오스트리 박사팀은 지난 2월 소득 평등과 성장이 긍정적인 연관성을 갖는다는 주장을 넘어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재분배 정책도 성장에 실효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득 불평등과 경제 성장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비주류 경제학계에서 논의되던 수준을 지났다. 지난해 말 경제학 학술지 ‘저널 오브 이코노믹 퍼스펙티브(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에 실린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와 198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 MIT 명예교수 간의 소득 불평등 문제에 대한 논쟁은 큰 관심을 모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월드 이슈] 소득 불평등 해소로 경제 살리기… 최저임금 인상 세계 곳곳서 논란
입력 2014-07-29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