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메신저 인터내셔널 김춘호 이사장] 해외 한인 혼혈아 찾아 하나님 소망 전해

입력 2014-07-28 02:08
김춘호 이사장은 "하나님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 희망을 전하는 전달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크리스천은 무엇으로 사는가.”

김춘호(57·분당우리교회 집사) 메신저 인터내셔널(Messenger International) 이사장을 만난 후 떠오른 질문이다. 그는 한 마디로 멀티크리스천이었다. 대학총장, 사회사업가, 선교사…. 누구보다 바쁘게 지내는 그를 지난 주말 서울시 광진구 메신저 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만났다.

2008년에 창립된 메신저 인터내셔널은 2009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산하 사단법인 기구로 설립허가를 받고 코피노 어린이들과 청소년 등 해외 한인 혼혈아를 보살피는 일을 하고 있다. 코피노(Kopino)란 코리안과 필리피노의 합성어로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으로 현재 필리핀에만 3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이사장은 평생 학자의 길을 고집하며 살아왔다.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존스 홉킨스대 화학공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건국대 대외부총장과 대덕과학연구단지 전자부품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연구원장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장관 자리를 제의받고도 거절할 정도로 학교 밖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2010년부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을 맡고 있다.

그랬던 그가 2012년 새로운 인생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자격으로 미국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보게 된 한 편의 영화가 그를 변하게 만들었다. 2010년 대장암으로 하늘나라로 간 이태석 신부의 생애를 그린 ‘울지마 톤즈’였다. “미국으로 갈 때는 그냥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는데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시 볼 때는 스튜어디스가 보건말건 엉엉 울었습니다. 순간 메신저 인터내셔널 이사장직을 맡아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던 김명기 사무총장이 떠올랐지요. 주님이 주신 깨달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김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절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김 이사장은 이 때부터 목이 터지라고 외치며 다녔다. “메신저는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빈곤층의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 사회 개발을 통해 하나님의 큰 소망과 약속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합니다.”

메신저 인터내셔널은 필리핀 세부와 앙겔레스에 선교사 4명을 파송했다. 세부 센터에는 80여명의 어린이들이 보살핌을 받고 있다. 앙겔레스 메신저파운데이션 유치원에는 50여명의 코피노 어린이들이 생활비와 의료비 지원 등을 제공받고 있으며, 일대일 결연을 맺어 교육의 혜택을 받고 있다.

“메신저 인터내셔널의 목표는 필리핀과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네팔 등 아시아에 ‘희망 빌리지’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먼저 유아원과 유치원을 만든 뒤 초·중·고교를 세우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울러 유흥업과 캐디 등 단순한 직업 밖에 가질 수 없는 여성들에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몇 번이고 물었지만 그저 웃을 뿐이었다. “제 아버지는 이북 출신이고요. 일찍 돌아가셨어요. 고난과 역경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대학 1학년 때부터 고달프고 힘든 고학생으로 살았고 미국 유학까지 성공적으로 다녀왔습니다. 낮은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 희망을 전하는 전달자가 되기 위해서죠.”

1980년대 미국 유학시절 처음 교회에 출석하게 된 김 이사장은 90년대 대덕연구단지에서 과학기술자선교회 창립멤버로서 활발한 선교활동을 펼쳤다. 선교사 집중훈련 과정인 한국전문인선교훈련원(GPTI)도 수료했다.

한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그는 개도국 학생에게 100% 장학금을 주고 있다. ‘제2의 스티브잡스’ 같은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그의 사명이다. 현재 송도 캠퍼스에는 16개국 학생들이 미래 자기 나라의 대통령을 꿈꾸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