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이스라엘 공격 위해 북한 미사일 사들여”

입력 2014-07-28 02:18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북한과 수십만 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하마스와 북한이 레바논의 무역회사를 통해 미사일과 통신장비 거래를 진행 중이라고 복수의 서방 안보관계자들을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하마스가 최근 몇 주간 이스라엘에 발사한 미사일의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중동 무장단체들의 주요 무기 공급처 중 하나인 북한과의 거래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하마스 측은 이미 북한에 착수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한이 조만간 해상을 통해 가자지구에 무기를 운송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은 또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땅굴을 파온 과정에서도 과거 북한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텔레그래프는 한반도 내 비무장지대에 다수의 땅굴을 설치했던 전력에 비춰볼 때 북한은 가장 정교한 땅굴 설치 기술을 가진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무기 이동과 이스라엘 공격 용도로 사용되는 하마스의 땅굴을 파괴하는 작업을 이번 지상군 투입의 최우선 작전 목표로 제시했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요청에 따라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인도적 차원에서 한시적 정전을 선언했으나 땅굴 파괴 작업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에 앞서 일주일간 휴전과 양측의 정전협상 진행을 요청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휴전안에 대해 내각 검토결과 만장일치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다만 12시간의 한시적 정전 이후 추가로 27일까지 24시간 정전을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철수와 공습에 대한 우려 없는 자유로운 시신 수습이 불가능하다면 정전은 효력이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한시적 정전 동안 파괴된 건물 등에서 시신 수습 작업이 진행돼 147구 이상의 시신이 발견됐다.

가자지구에서는 3주째 계속된 이스라엘 공습으로 1100여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는 6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5만명 이상의 가자지구 주민들은 현재 거주지를 떠나 유엔 난민수용소로 대피한 상태다.

미국과 유럽, 중동 등 8개국 외무장관들은 주말에 파리에서 회담을 갖고 무력충돌의 장기화와 민간인 희생자 증가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양측에 추가적인 휴전 합의를 요구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각국 장관들은 가자지구 사태와 관련된 모든 세력에 대해 인도적 휴전 연장에 나설 것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비인도적 살상을 규탄하는 시위도 각지에서 줄을 이었다. 주말 동안 뉴욕과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에 달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팔레스타인에게 자유를’ ‘살인을 멈춰라, 전쟁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일부 시위현장에서 나치식 거수경례가 등장하는 등 ‘반(反)유대’ 시위 양상이 나타나 우려를 샀던 프랑스에서는 경찰이 시위를 금지했지만 파리에서만 수천명이 거리로 나섰다. 진압 과정에서 50여명이 구금되기도 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