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원짜리 수의를 228만원에… 1만3000명 등친 일당 71명 검거

입력 2014-07-28 02:36
최근 몇 년간 부실 상조회사가 난립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상조회사가 부도나더라도 소비자가 돈을 돌려받을 방법은 거의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노인들에게 14만원짜리 수의를 최대 200여만원에 팔아넘겨 245억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상조업체 대표 신모(60)씨와 홍보관 점장 박모(39)씨 등 7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신씨는 2007년 8월부터 지난 4월까지 전국 각지의 홍보관 64곳에 100만원씩 홍보비를 주고 수의 판촉 행사를 맡겼다. 박씨 등 점장들은 라면, 화장지 같은 저가 사은품이나 공짜 노래교실을 미끼로 노인들을 유인했다. 자식에게 장례비 부담을 주지 않으려던 노인 1만3000여명이 이들에게서 14만원짜리 수의를 벌당 적게는 178만원에서 최대 228만원에 사갔다. 환불을 요구하는 노인들에게는 “그 동안 받은 사은품까지 포함한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한다”는 협박이 돌아왔다. 신씨의 상조회사는 미등록 상태인 데다 홍보관 역시 3개월 뒤면 사라지는 ‘떴다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 일당은 일부 노인들에게 “집에서 수의를 보관하면 곰팡이가 피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사후 필요할 때까지 보관해 주겠다”며 가짜 상품보관증을 준 뒤 돈만 받아 챙기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부터 부실 상조회사에 대한 관리 및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3억원 이상의 법정 자본금과 선수금 보전 계약만 하면 누구나 상조업체를 설립할 수 있어 부실업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회원 5만7000여명으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240억여원을 빼돌린 상조회사가 적발됐다. 이 회사는 신규 회원을 받아놓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회원 몰래 계약을 해지하고 환급금을 가로채는 수법을 썼다.

지난 4월 기준으로 각 시·도에 등록한 상조업체 259개 중 법정 선수금 보전비율이 기준인 50%를 밑도는 상조업체가 22개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 41개보다는 19개 줄어든 숫자지만, 그동안 보전비율을 지키지 못한 부실업체 상당수가 폐업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조회사는 부도 시 소비자들에게 돈을 일부라도 돌려주기 위해 상조공제조합에 선수금 일부를 예치해야 한다. 이 비율이 낮으면 선수금 축소 신고나 부실 경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소비자가 이런 회사들과 계약했다 취소할 경우 환급금을 못 돌려받기 십상이다. 부도가 날 경우 구제받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상조업체 전체 가입자 수는 378만명이며 이 중 선수금 보전비율이 50%에 못 미치는 22개사에 가입한 소비자는 약 1만7000명에 이른다.

전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