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문 관장 “武道엔 거짓말 없어… 한·일 무술인들 친구됐으면”

입력 2014-07-28 02:54
윤영문씨가 27일 서울시 중구 충무아트홀 스포츠센터 대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공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안면 보호구를 들고 서 있다.

“무도를 하는 사람들끼리는 사이가 좋아요. 무도에는 거짓말이 없거든요.”

윤영문(57) 일본 삿포로 서(西)지부 공도 도장 관장은 27일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공도 아시아선수권대회 후원을 위해 공도 창시자인 아즈마 다카시(65)씨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체육관에서는 선수들의 거친 기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나라 배성범 선수가 카자흐스탄 선수를 메치기로 쓰러뜨리자 관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메치기 다음 순서는 ‘안면 타격’이지만 배 선수는 서너 차례 얼굴을 때리는 시늉만 했다. 누워 있는 선수는 때리지 않는 게 공도의 예절이다. 이를 지켜보는 윤 관장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그는 이 대회를 열기 위해 2000만원에 달하는 체육관 대여료와 선수들의 숙박비·식비 등을 사비로 마련했다.

공도는 일본의 극진공수도대회 우승자인 다카시씨가 공수도를 기반으로 1981년 창시한 무술이다. 공도를 하는 무술인들을 묶어 ‘대도숙’이라고 부른다. ‘진정한 도에는 얽매임이 없다’는 뜻의 ‘대도무문(大道無門)’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전 세계 40여개국 20만여명이 공도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련자가 80명에 불과하다.

윤 관장은 재일교포 2세로 일본 삿포로에서 태어났다. 18세 때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그는 “일본인들의 차별에 맞서기 위해 고교 시절 다카시씨에게서 극진가라테를 배웠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부동산 업자로 일하던 그는 1992년 운명같이 공도와 재회했다. 20년 만에 옛 스승을 다시 만난 윤 관장은 공도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이후 그는 홋카이도와 삿포로 등지에 도장을 세우고 20년간 1000여명의 제자를 길러냈다.

200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공도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는 “편견의 벽을 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엄연한 한국인이었지만 그에게는 늘 ‘쪽바리’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일본에서는 ‘조센징’ 소리를 들었다.

윤 관장은 “일본에 있을 때는 택시만 타도 ‘김치 냄새가 난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한국은 다를 거라 생각했지만 친한 사람이 내게 사기를 치려 하는 등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를 한국에 붙잡아둔 건 한국의 ‘작은 예의’였다. 윤 관장은 “버스에서 내릴 때 승객이 기사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윤 관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무술인들이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