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오전 10시20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뒤편의 라파예트 공원에 ‘우리의 소원’ 노래가 울려 퍼졌다. 300여명의 한인·미국인 크리스천들이 합창의 주인공들이었다. 이들 앞에는 ‘61년은 한반도에 너무 길다. 한국전을 끝내자’ ‘평화를 위한 기도’라는 영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미국연합감리교회(UMC)와 세계교회협의회(WCC),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1박2일 일정으로 개최한 ‘한반도 화해와 통일을 위한 평화행진과 기도회’의 마지막 행사인 백악관 기도회였다. 이날은 6·25전쟁 정전 61주년 하루 전이었다.
UMC 통일위원회 회장인 김정호 목사가 연단에 올랐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일본, 남북한 모든 위정자들의 가슴이 한반도 통일을 향해 하나 되기를 하나님께 간구한다”면서 “주여, 51년 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을 이루어 주신 것처럼 한반도의 분단과 갈등, 고통을 거두어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WCC 부회장인 매리 앤 스웬슨 감독은 “61년은 너무 길다. 우리(한반도)는 하나, 한 나라”라고 강조한 뒤 “WCC의 6500만 성도를 대표하는 345개 교단 산하 전 교회는 올해부터 매년 (한반도가 해방된) 8월 15일 직전 주일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가 “이 기도는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하자 “아멘”과 함께 큰 박수가 쏟아졌다.
이산가족인 UMC 오병이어위원장 이창순 목사가 증언한 분단 가족사는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 목사의 부친은 이북에서 감리교 목사로 재직하다 6·25 때 행방불명됐다. 당시 36세였던 이 목사의 모친은 3년 전 97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남편을 그리워하고 만남을 고대했다. 그렇지만 정작 3남매에게는 부친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모친은 돌아가시기 2주 전 갑자기 남편 얘기를 꺼냈다. “네 아버지를 만나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을 것이라는 이 목사의 설명에 장내는 순식간에 숙연해졌다. 집회를 호기심에 지켜보던 일부 관광객들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오늘 워싱턴 기도회를 시작으로 평화를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다”면서 “10만명이 후년에는 100만명의 물결이 되고, 정전 62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정전협정이 평화조약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은 꿈을 갖는다는 뜻이다. (한반도 평화 정착은) 선심 쓰듯 주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끊임없이 외치고 평화의 행진을 계속해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지도부는 전날 백악관을 방문해 국가안보회의(NSC)의 한반도 담당 시드니 사일러 보좌관을 만나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UMC 관계자가 밝혔다. 참석자 일부는 같은 시간 국무부에서 로버트 킹 대북인권 특사를 만나 북한 인권과 1년이 훨씬 넘도록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씨 석방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워싱턴=글·사진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백악관 앞에서 외친 “한반도 평화”… WCC와 ‘평화 기도회’ 열어
입력 2014-07-28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