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아들과의 ‘뇌물 전화통화’ 공개 등으로 부정부패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터키의 민심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터키 사상 첫 직선제로 치르는 대통령 선거가 26일(현지시간) 사전투표 개시로 막이 올랐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집권 정의개발당(AKP) 후보인 에르도안 총리가 다음 달 10일 1차 투표에서 제12대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터키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주요 국경검문소와 공항, 항만 등 42개 출입국관리소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출국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사전투표는 다음 달 10일 일반 국민들의 1차 본투표로 이어진다. 1차 투표에서 절반 이상 득표하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주 후 2차 투표가 실시된다.
사전투표 이틀째인 27일 에르도안 총리는 이스탄불에서 금식월(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행사를 열고 표심 잡기에 나섰다. 양대 원내 야당을 포함해 9개 정당의 단일 후보로 나선 에크멜레딘 이흐산오울루 전 이슬람협력기구(OIC) 사무총장도 이스탄불에서 ‘맞불 행사’를 열어 에르도안의 실정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에르도안의 압승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메트로폴의 조사에서 에르도안의 지지율은 42.2%로 이흐산오울루(32.9%)를 9.3% 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지만 지난 7일 DESAV의 조사에선 58.4%로 지지율 격차가 24.9% 포인트나 됐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격차는 17∼19% 포인트로 나타났다.
터키 언론의 관심은 에르도안의 대통령 당선 여부가 아니라 당선 이후 그가 현 내각책임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개헌을 실행에 옮길지에 쏠려 있다. 2003년부터 세 차례 연속 총리직을 연임한 에르도안은 법적으로 4연임이 불가능하자 대선에 도전장을 냈다. 그는 당선되면 내각책임제를 대통령제로 바꾸겠다고 공언해 왔다. 상징적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실질적 행정부 수반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11년간 쥐어온 ‘실권’을 놓지 않겠다는 얘기다.
거칠 것이 없는 에르도안은 검찰을 앞세워 자신의 오랜 정적으로 미국에 망명 중인 페툴란 귤렌 편에 서 있는 전·현직 고위 경찰관까지 불법도청 등의 혐의로 잡아들이고 있다. 지난 2월 아들에게 ‘뇌물을 다른 곳에 옮겨놓으라’고 지시한 전화통화 내용도 이들이 꾸며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기 집권과 부패 혐의에도 국민들이 에르도안에 등을 돌리지 않는 것은 지난 11년간 7%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유지, 터키 경제를 살렸다는 인식이 두텁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총리 11년으론 부족해…” 에르도안, 터키 첫 직선 대통령 눈앞
입력 2014-07-28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