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말하는 ‘가자지구 공포’ “매일 밤 폭탄 터지니 가슴이 두근거려요”

입력 2014-07-28 02:02
월드비전 심리치료사가 최근 북가자의 알아우다병원을 방문해 부상당한 어린이들에게 그림책과 장난감을 보여주며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누나와 사촌동생이 제 눈앞에서 죽는 모습을 본 뒤로는 나쁜 꿈만 꿔요. 제가 너무 자주 심하게 우니까 심리치료 선생님이 ‘누나의 영혼은 하늘에서 살아 있으니 누나를 위해 기도하자’고 하셨어요.”(칼레드·11세)

“엄마 아빠 동생과 함께 집에 있었는데 미사일 세 개가 우리 집 위로 떨어지는 걸 봤어요.”(샤헤드·7세)

“밤마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려요. 매일 밤 그 시간이 되면 폭탄이 터지니까요.”(누르·14세)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연일 계속되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어린이들에게 가족의 부상과 실종, 사망 소식은 일상이 돼 버렸다. 하지만 꿈에도 잊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로 남을 게 분명하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지난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교전으로 가족이 부상하거나 실종·사망한 어린이는 최소 12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당장 심리안정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치료를 늦추면 평생 트라우마(trauma)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OCHA는 또 가자지구 내 기간시설 파괴로 약 120만명이 안전한 식수와 위생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가자지구의 참상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하는 불행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어린이들의 피해가 심각해지자 월드비전 예루살렘 서안 가자지구 현장사무소는 지난 13일부터 북가자 지역개발사업장(ADP)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시작했다. 이번 교전으로 북가자 ADP 어린이들은 모두 집을 떠나 병원이나 유엔 피난처로 대피했다.

월드비전 심리치료사에게 상담을 받은 아이들은 대부분 미사일 공격에 따른 극심한 불안과 공포, 불면증을 호소했다. 열네 살 소녀 아미라는 “다치고 나서 제대로 잘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심리치료 선생님께서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방법을 알려줘서 몸이 훨씬 편해진 기분이에요. 좀 더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와 동갑내기인 소녀 아브라 역시 불면증을 앓았지만 심리치료를 받고 나서 많이 나아졌다. 아브라는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밤새도록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몸은 병원에 있지만 사방에서 들리는 미사일 소리 때문에 누가 나를 잡으러 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라며 고통스러웠던 상황을 전했다. 아브라는 그러나 “매일 나를 찾아와 위로해 주는 선생님들께 제 감정을 이야기하고 위로를 받다 보니 훨씬 나아진 것 같아요”라며 심리치료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고통과 공포를 애써 잊고자 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이들은 가족과 친구에 의지하거나 인형과 풍선을 보며 평화롭고 안전한 미래를 꿈꿨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어머니를 잃은 11세 소녀 아스마는 “도무지 엄마 없이 못살 것 같았어요. 그런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부둥켜안고 함께 울면서 친구들과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어요”라며 가족을 잃은 친구들과 아픔을 나눈 경험을 소개했다.

11세 소년 바셈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은 안전하게 살 수 있어야 해요. 저는 계속된 전쟁으로 한번도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라며 전쟁에 대한 분노를 나타냈다. 하지만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평화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평화를 희망하는 바셈은 이렇게 말했다. “심리치료 선생님들은 내가 살고 싶은 곳을 상상해 보라고 했죠. 저는 우리 가족이 안전하고 아름다운 정원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평화스럽게 사는 모습을 그려 봤어요. 무서운 생각이 들 때마다 이런 상상을 계속 하려고 해요.”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참상은 그 정신적 충격과 피해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사연이 아닐 수 없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