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국책사업에 참여한 국내 유명 건설사들의 담합행위가 또 적발돼 4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28개 건설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355억원을 매기고 해당 법인과 주요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 과징금은 역대 전체 담합사건 중 두 번째, 건설업계 담합사건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과징금 부과 대상에는 현대·대우·SK·GS건설·삼성물산·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모두 포함됐다.
건설업체의 담합은 잊혀질만하면 터지는 고질적인 사건으로 ‘담합과 과징금 부과’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건설사에 부과된 과징금만 8000억원에 육박한다. 수법은 늘 같다. 전체 공구를 업체별로 나눠 특정 업체가 낙찰받기로 짜고 그 밖의 입찰 참가자들은 들러리를 서는 것이다. 한마디로 ‘짬짜미’를 통해 나눠먹는다.
담합의 가장 큰 폐해는 국가재정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다. 건설사들이 담합을 하지 않았으면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약 금액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끊이지 않는 건설사들의 담합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과징금을 내더라도 이익이 남기 때문에 계속 담합을 하는 고리를 차단해야 된다. 과징금 감면 조항을 정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과징금을 올려야겠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같은 실효성 있는 정책 도입도 필요하다. 사법 당국의 엄정한 처벌도 요구된다. 검찰에 고발돼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 상습적으로 담합을 하는 경영진에 대한 추상같은 사법처리와 함께 자칫 기업까지 도산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담합을 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물론 건설사들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우선 최저가 입찰제의 경우 수익률이 워낙 낮아 담합을 하지 않고는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과거 공사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공사비를 산정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이러다 보니 공공공사 참여를 꺼리는 대형 건설사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입찰담합 규제에 관한 근거가 여러 법률에 분산돼 제재가 중첩되고 과도하다는 지적도 귀 기울여볼만하다. 더욱이 정부가 바뀌면 이전 정부의 국책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을 상대로 일괄적으로 담합 조사를 하는 관행도 근절돼야 된다는 게 건설업계의 목소리다. 심지어 4대강 사업의 경우 정부가 담합을 묵인 내지 조장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건설업계 스스로 담합 근절 의지를 실천하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지난 23일 담합을 없애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진정으로 반성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사설] 건설사 담합과 과징금 부과, 악순환 고리 끊어야
입력 2014-07-28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