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 과세 잘될까

입력 2014-07-28 02:53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4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에 참석해 '10년 후 대한민국을 설계한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허창수 전경련 회장
강원도 평창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이 열린 기간(23∼26일) 내내 비가 왔다 해가 났다를 반복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연자로 나선 마지막 날에는 바람이 세게 불었다. 재계 관계자는 “뜨거운 논란거리인 사내유보금 과세를 바라보는 재계의 마음 같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사내유보금 과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밑그림도 일부 공개했다. 이명박정부 5년 동안 법인세를 내렸던 범위(3% 포인트) 안에서 과세 수준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는 여전히 걱정과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사내유보금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투자할 좋은 사업이 있다면 기업이 돈을 쌓아두기만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대신 경제 활성화의 ‘열쇠’로 규제 개혁을 꼽았다.

최 부총리는 26일 알펜시아리조트를 찾아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을 설명했다. 그는 “사내유보금 과세 폭은 지난 정부가 법인세를 25%에서 22%로 인하했던 것만큼, 법인세를 깎아준 요율 내에서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로 지난 5년간 기업의 세 부담은 28조원 정도 줄었다.

최 부총리는 “그동안 쌓여진 사내유보금은 불문에 부치되 앞으로 발생하는 당기순이익은 인건비, 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며 “기업들이 적정 수준에서 지출하면 추가되는 세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내유보금이 업종별로 특성이 있다. 현재 업종별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으며 업종별 평균치를 내 평균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기업 지출을 적정 수준에서 운용하면 추가로 낼 세금은 없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 0(제로)’가 목표”라며 “사내유보금 과세는 세수 확보 목적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재계는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허 회장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대기업도 현재 경영사정이 어려운 곳이 많다.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도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쪽에 돈이 많이 몰리고 내수는 부진하다 보니 정부가 돌파구로 사내유보금에 주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기업은 좋은 게 있으면 투자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은 바보가 어디 있나. 신중하게 찾다가 돈이 몰리는 걸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경제 활성화 핵심으로 규제 개혁을 지목했다. 그는 “규제 완화가 경제를 활성화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저항세력이 있겠지만 과감하게 뚫어야 벗어난다”고 강조했다.

재계 반대가 심한 환경 관련 규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앞서가지 않는 선에서 도입되는 환경 규제는 기업들도 찬성한다”며 “다만 너무 앞서가면 경쟁력이 약해지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해서도 “도입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확보도 함께 고민하면서 제도를 시행해 달라는 뜻”이라고 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