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망을 둘러싼 괴담들이 난무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허술한 수사 탓에 SNS 등에선 “유병언 시신이 아니다” “시체를 바꿔치기했다”는 유(類)의 근거 없는 얘기들이 여전히 그럴듯하게 회자되고 있다. 정치권이 괴담의 생산자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세월호 사건을 7·30재보선의 최대 이슈로 삼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시신이 유병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국과수의 DNA 분석 결과를 의심하지 않는다”면서도 인근 주민들의 부정확한 기억에 의존한 증언을 근거로 이런 주장을 폈다. 국과수 발표를 신뢰한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전에 발견된 시신일 수도 있다는 박 의원의 문제 제기는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다. 박 의원의 문제 제기가 공감을 얻으려면 국과수 발표는 거짓이어야 한다.
의혹이 있으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이 아닌 ‘카더라 통신’에 의한 문제 제기는 의혹을 해소하는 데 혼선을 일으킬 뿐이다. 장관을 지냈고, 대통령 비서실장에 원내대표까지 역임한 박 의원에게 걸맞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7·30재보선 판세가 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더라도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주장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유병언 부실 수사에 대한 문책 인사를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구시대적 정치인도 있다.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 출마한 서갑원 새정치연합 후보는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씨 수사의 모든 책임을 전남 출신이 뒤집어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남 출신의 정순도 전 전남지방경찰청장과 우형호 전 순천경찰서장 직위해제는 당연한 징계이지 출신지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호남 주민들도 안다. 그런가 하면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빗댔다가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런 정치권에 세월호 참사 뒷수습을 맡겨도 되는 건지 도무지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사설] 유병언 괴담 부추기고 유가족 울리는 정치권
입력 2014-07-28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