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46)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는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없이 27일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10승4무3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없이 더블(FA컵·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토종군단’ 포항의 힘은 유소년 양성 시스템에서 나온다. 이번 시즌 전반기 기준으로 포항 선수단 35명 가운데 포항의 유스 시스템을 통해 육성된 선수는 15명에 달한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포항은 가장 성공적인 엘리트 유소년 클럽을 운영하는 구단으로 평가받는다. 포항은 2003년 국내 최초로 포스코 교육재단 산하 축구부를 구단 소속으로 전환했다. 이어 국내 최초로 U-12(포철동초), U-15(포철중), U-18(포철고교)로 이어지는 선진국형 유소년 클럽 시스템을 구축했다. 포항 유스 시스템은 이동국(전북 현대), 이명주(알 아인) 등 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포항 유스 시스템 출신 선수들은 황 감독이 추구하는 ‘조직력 축구’의 근간이다. 2010년 16%에 그쳤던 포항의 자체 육성률은 지난해 41%를 거쳐 올해는 43%까지 상승했다. 이번 시즌 전반기 주전 11명 가운데 포항 유스팀에서 활약한 선수는 신화용, 고무열, 이명주, 김승대, 손준호, 신광훈, 김대호 등 7명이다. 포항의 유스팀 출신 주전 비중은 2010년 18%(2명)에 그쳤으나 올해는 이명주 이적 전까지 63%에 달했다.
포항 관계자는 “자체 육성률, 유스 출신 주전 출전 비율에서 포항이 K리그 클래식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며 “유스팀 출신들은 어릴 때부터 한솥밥을 먹으며 호흡을 맞춰 왔는데, 이것이 포항의 장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시즌을 앞두고 황진성 등 주축선수들이 대거 이탈해 걱정이 컸다”며 “하지만 팀이 유스팀 출신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전력 누수를 막은 덕분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포항은 전반기에 30골을 넣어 경기 평균 1.77골을 기록, 전북(1.65골·2위)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 포항에선 모두 11명이 골을 터뜨려 이 부문에서 상주 상무(10명)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어려서부터 함께 뛰어 온 선수들이 이타적인 플레이를 한 덕분이다.
포항이 큰 투자 없이 좋은 성적을 거두자 일각에서는 다른 구단들도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포항은 이미 유소년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 투자에 대한 결실을 이제 거두고 있는 것이다. 든든한 유스 시스템을 보유한 포항에선 화수분처럼 계속 좋은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당분간 포항의 강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예전부터 포항의 유스 시스템을 눈여겨보고 있다. 권오갑 연맹 총재는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K리그가 성장하려면 유소년 축구가 발전해야 한다”며 “앞으로 예산을 늘리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토종 매운 맛’ 포항, 힘의 원천은 ‘유소년 육성’
입력 2014-07-28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