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실 겁나서?… 산은, 기업자금 ‘中企 홀대’ 여전

입력 2014-07-28 02:05

우리나라의 대표적 정책금융기관인 KDB산업은행이 점점 중소기업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출 비중이 줄어드는 사이 대기업의 대출 비중은 그만큼 커지는 흐름이 최근 5년간 지속되는 중이다. 부실을 우려한 영업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부실 비율은 대기업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산은에 따르면 산은의 대기업 대출 비중은 2009년 2분기 말 61.0%에서 지난 2분기 말 76.2%로 15.2% 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따라 최근 5년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39.0%에서 23.8%로 15.2% 포인트 줄었다. 이 기간 전체적인 대출 잔액은 57조4932억원에서 80조9214억원으로 크게 뛰었지만 모두 대기업의 몫이었다. 대기업의 대출 잔액은 5년간 35조640억원에서 61조6908억원으로 26조6268억원 늘었고, 중소기업은 22조4292억원에서 19조2306억원으로 오히려 3조1986억원 감소했다.

산은 관계자는 ‘대기업 프렌들리’ 논란에 대해 “경기둔화가 계속되고 있어 리스크 측면에서 대기업이 중소·중견기업보다 좀더 안전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은의 대출 가운데 정작 부실 발생 가능성이 높은 쪽은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이었다. 산은의 대기업 대출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일정 기간 이상 연체된 부실여신의 비율)은 2009년 3월 말 0.74%에서 지난 3월 말 3.27%로 2.53% 포인트 급등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2.84%에서 2.66%로 0.18% 포인트 줄어들며 대기업 대출보다 오히려 건전성이 높아졌다.

산은은 거래하던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해 졸업한다는 것을 대기업 편향처럼 보이는 또 다른 이유로 제시한다. 산은 관계자는 “애초 시설자금을 빌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옮아가는 부분이 매년 2조∼3조원씩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9∼2010년을 제외하면 대기업 대출은 해마다 2조∼3조원보다 큰 폭으로 늘어 왔다.

그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책금융기관들에 대기업에만 편중된 대출 구조를 개선하라는 지적이 되풀이됐다.

한정된 정책 재원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생각은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의 경제정책운용 방향에도 적용되고 있다. 대기업보다 불황을 심하게 타는 중소기업이 쓰러지면 경기 활성화와 가계소득 증대를 이뤄낼 수 없다는 시각에 근거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재정지원과 통화·금융정책을 통한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가 내수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