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는 서울의 절반 정도 크기다. 땅은 직사각형 줄자처럼 생겼다. 길쭉한 쪽의 2개 변 중 한쪽은 이스라엘, 다른 쪽은 지중해와 접해 있다. 짧은 쪽 변의 한쪽도 이스라엘, 다른 쪽은 이집트에 붙어 있다. 이스라엘은 지중해를 군함으로 봉쇄하고 있어 가자의 90% 정도를 포위하고 있다. 이집트 쪽 국경도 막혀 있어 가자 사람들은 “우린 수용소에서 살고 있다”고 호소해 왔다. 가자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이런 봉쇄를 풀어 달라며 무장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자에는 요즘 수시로 이스라엘이 보낸 드론(무인 폭격기)이 날아다닌다. 지난달 숨진 채 발견된 이스라엘 소년 3명의 죽음에 하마스가 관여됐다며 이스라엘이 대규모 보복에 나섰기 때문이다. 드론의 엔진소리가 들리면 공포가 시작된다. 드론만으로는 그래도 견딜 만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상군까지 투입돼 탱크 포격도 끊이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웬만하면 침실 가까이에서 논다. 포격 조짐이 있으면 침대 밑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학교를 가지 않은 지는 한 달 가까이 됐다.
아무리 안전한 집도 포격을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피난을 간다. 그나마 안전하다고 생각됐던 피난처는 바닷가였다. 하마스가 숨을 시설이 없으므로 텅 빈 바닷가에 포격을 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달 중순 지중해 쪽 해안가를 폭격해 9∼11세 팔레스타인 어린이 4명을 숨지게 했다.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 및 구호시설도 중요한 대피처다. 유엔 직원들이 상주하므로 공격에서 제외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4일 이스라엘은 대피소로 활용된 유엔 학교에 포탄을 퍼부어 어린이와 여성 등 15명을 숨지게 하고 200명을 다치게 했다.
민간인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는 병원도 주요 표적이다. 하마스가 병원을 도피처로 활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BBC방송은 27일(현지시간) 포격으로 벽 곳곳이 구멍이 뚫린 병원에서 공포에 떠는 민간인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에 파놓은 땅굴을 파괴하겠다며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땅굴이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의 진원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땅굴은 십수년 전부터 있어 왔던 것이지 최근의 이스라엘 청년 살해와 직접적 관련은 없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명백한 과잉대응인 것이다. 국제사회의 중재로 휴전이 된다고 평화가 찾아올까. 인구 180만명이 사는 서울의 0.6배 크기 땅을 한달 가까이 폭격했으니 온전한 곳이 별로 없다. 현재 가자의 4할 정도가 폭격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그런 쑥대밭에서 28일 현재 1000명이 넘는 가족을 잃은 이들과 또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수천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부상자들이 과연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 단기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는지 묻을 땅이 부족해 기존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겹쳐 파묻고 있는 실정이다.
이스라엘의 무자비함과 미국의 방조,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 지도자들의 무능이 빚어낸 이번 참사는 우리가 얼마나 지독한 야만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야만이 방조되면 언젠가 그 야만은 반드시 되풀이된다. 국제사회가 힘을 합해 야만을 종식시켜야 할 때다. 우리 외교부부터 기존의 양비론 또는 친이스라엘 기조에서 벗어나 그들의 무자비한 ‘전쟁범죄’를 준엄히 비판해야 한다.
손병호 외교안보국제부 차장 bhson@kmib.co.kr
[뉴스룸에서-손병호] 무자비한 이스라엘
입력 2014-07-28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