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타고 울려퍼진 지중해 선율 뮤직텐트 메운 관객들 “브라보!”

입력 2014-07-28 02:19
지난 26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뮤직텐트에서 열린 대관령국제음악제 무대에 선 세계적인 연주자 리처드 스톨츠만이 클라리넷 연주를 하고 있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이날 뮤직텐트를 가득 메운 관객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대관령의 서늘한 여름과 지중해의 이글거리는 태양이 만났다.

지난 26일 오후 7시30분, 제11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한창인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뮤직텐트. 보슬비까지 살짝 내려 체감온도는 15도까지 뚝 떨어졌지만 객석의 열기는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1300여명이 들어올 수 있는 야외음악당 뮤직텐트는 빈 자리가 한 곳도 없을 정도로 꽉 찼고,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은 텐트 밖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올해 주제는 ‘오 솔레 미오(오 나의 태양)’. 지중해 남유럽국가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음악에 초점을 맞췄다. 지휘자는 스페인의 안토니 로스 마르바. 대관령국제음악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이 연주되자 객석에서는 “브라보!” “브라비!”라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반팔로 버티기는 추울 정도인 대관령에서 듣는, 남유럽 밝은 햇살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이어 그래미상을 두 차례 수상한 미국인 리처드 스톨츠만의 클라리넷 연주.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연주자 중 한 명인 그의 공연이 끝나자 지휘자는 그를 꼭 끌어안았다.

오페라 아리아도 울려 퍼졌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주역 캐슬린 김(소프라노)이 부르는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맑고 서늘했다. 엘리자벳 드숑(메조 소프라노)의 목소리는 카리스마 넘쳤다.

2부에서는 대규모 국립합창단이 나와 성악가들과 함께 풍성한 무대를 만들었다. 오스트리아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구도자를 위한 저녁 기도’ 중 ‘주를 찬미하라’부터 마지막 곡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까지. 무대는 객석을 압도했다.

대관령음악제는 여느 공연장 분위기와는 달랐다. 우선 시간에 쫓겨 헐떡이며 오는 ‘지각 관객’이 없었다. 교통정체도 없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음악회 표를 사고, 숙소를 정한 준비된 관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호성과 공연 몰입도, 집중력도 더 했다. 휴대전화는 울리지 않았고, 휴대전화의 불빛도 거의 비치지 않았다. 옷차림도 격식이 없었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부터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까지. 캐주얼한 차림으로 동네 산책 오듯 음악당을 찾았다.

해질 무렵 시작된 공연은 별이 총총한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하얀 천막으로 된 뮤직텐트 천장은 조명이 바뀔 때마다 한낮의 푸른 하늘도 됐다가, 불꽃놀이처럼 붉고 다채로운 빛으로 물들기도 했다.

옥에 티도 있었다. 야외공연장이다보니 지나가는 차의 경적소리, 리조트 안내방송,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소리가 종종 텐트 안으로 넘어왔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김선경(45·서울)씨는 “콘서트홀 공연도 갔었는데 뮤직텐트는 더 자유분방하고 생기발랄한 분위기다. 남유럽 음악이라는 주제에 잘 어울리는 곡들이 선곡된 느낌이다. 스산한 날씨 에 지중해 음악이 연주되니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다”고 말했다.

대관령음악제는 험준한 산맥 가운데 펼쳐진 초록빛 고지 대관령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축제다. 2018년 동계올림픽 주무대이기도 한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내 알펜시아홀과 뮤직텐트에서 주요 공연이 열린다. 음악제는 5일까지 계속된다. 특히 30일에는 주목받는 젊은 피아니스트 손열음 김태형 김다솔이 ‘오마주 투 바흐’ 무대를 준비한다.

평창=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