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로 일컬어지는 둥근 모양의 백자대호(白磁大壺)는 18세기 조선 도자기의 백미로 꼽힌다. 기교 없이 자연미로 가득하며, 빛의 방향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풍부한 양감을 보여준다. 사군자와 산수화 등 문양이 들어간 청화백자는 여유와 농담이 깃들어 있다. 맑은 유백색과 청아한 푸른색은 조선시대 사대부 문인들의 한적함과 우아함을 상징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현대에서도 달항아리를 그린 화가들이 많다.
김환기 화백은 “내 예술의 모든 것은 백자 달항아리에서 나왔다”라고 했다. 오수환 작가도 무의식에 가까운 붓질로 역동적인 선을 그려낸다. 그의 작품은 부정형의 둥근 선이 보여주는 조선 백자 특유의 미학을 발견하게 한다. 조선 백자와 두 작가의 그림이 만났다. 높이 40㎝ 이상의 백자대호 7점 중 보물 제1438호 등 국가지정문화재 3점을 선보인다. 백자와 그림, 아름다운 선과 여백이 닮아있다.
이광형 선임기자
[그림이 있는 아침] 빛을 그리다
입력 2014-07-28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