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의 태권도원, 갈 길 멀었다… 유관 단체들 입주 안해 건물 텅텅

입력 2014-07-29 02:38

2475억원이 투입된 태권도원은 멋진 하드웨어에 불구하고 아직은 덜 짜여진 모습이다. 가장 큰 문제는 태권도 유관 단체들의 비협조다. 당초 태권도원에는 태권도의 본부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 세계태권도연맹 등 유관 단체들이 모두 입주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됐다. 각기 단체들의 사무직원 수까지 고려해 설계에 반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 이들 단체들이 태권도원으로 이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관련 단체 직원들이 서울을 떠나길 원치 않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 때문에 행정동과 운영센터는 큰 건물에 비해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미국 뉴욕지역 수련생들을 인솔해온 허흥택 사범은 “이렇게 좋은 시설을 지어놓고 태권도 단체들이 입주를 꺼린다는 것은 넌센스”라며 “빨리 관련 단체들이 들어와 태권도원을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입주에 앞서 전제돼야 할 것은 숙소 문제다. 태권도원 운영을 맡고 있는 태권도진흥재단(이사장 배종신)과 협력업체 직원 300여명은 자체 숙소가 없어 인근 무주읍과 1시간30분 거리의 대전에서 출퇴근하는 등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기혼자들은 거의 모두 주말부부다. 재단 측은 아직 숙소동 건립 계획은 없다고 한다.

태권도원은 캠핑장소로도 최적으로 손꼽힌다. 태권도원내에 유휴지가 있는데다 태권도원 각종 시설은 캠핑 가족들이 즐기기엔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캠핑족을 위한 화장실과 별도의 상수도 설비를 위해서 넘어야 할 행정절차가 까다롭다.

고재춘 태권도원 마케팅부장은 “요즘 대세인 캠핑족을 태권도원에 유치하면 저절로 태권도원 홍보가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외국 수련생과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계획인 태권도원은 모든 설비가 아직은 국내용에 머물러 있다. 가장 기본적인 안내표지판도 간혹 영어가 병기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이 한글로만 표기돼 있다. 김인선 사범은 “이제는 영어만 해선 안된다.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병기하는 것은 관광지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태권도원이 워낙 오지에 위치하다 보니 외국인들에게 한국전통 문화를 보여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태권도원 곳곳에 전통 양식의 정자와 담장 등이 있지만 서양식 건축양식이 대부분이다. 이쯤되니 세계 청소년 태권도캠프에 들어온 18개국 청소년들은 전주 한옥마을로 전통체험을 다녀와야 했다.

배 이사장은 28일 “하드웨어는 거의 완공됐지만 조성목적에 걸맞는 운영을 하려면 사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무주=서완석 국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