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만 전 세계 태권도 수련생들의 성지인 태권도원이 지난 4월 문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당초 국내외 태권도 관련 인사 3000명을 초청해 성대한 개원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사태로 오는 9월 4일 태권도의 날로 행사가 연기됐다. 전북 무주군 설천면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태권도원은 231만4000㎡의 부지에 연 건축면적만 7만1000㎡에 이르는 규모를 자랑한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절반 크기다. 이곳을 찾는 해외 사범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규모에 놀라고 태권도 종주국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에 처음으로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시설은 크게 체험지구, 교육·수련지구, 상징지구로 나뉜다. 체험지구는 태권도를 직접 체험하고 태권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경기장·공연장·박물관·체험관이 있다. 교육·수련지구는 숙소를 포함한 연수원 4개동과 태권도연구소가 있다. 태권도 종주국을 상징하는 상징지구는 2개 동의 한옥(태권전, 명인전)을 기부금으로 짓도록 기획됐지만 모금액 부족으로 기초공사만 한 채 미완성으로 남아있다.
지난 4월 개원이후 하루 평균 600명 정도가 태권도원을 다녀갔다. 태권도 수련생도 많지만 60% 가량은 당일치기 관광객이다. 태권도원은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성지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세계적인 관광자원 개발도 조성목적에 포함됐다. 개원 100여일 동안 8000여명의 외국인 수련생 및 관광객이 다녀갔다.
태권도원에서 열린 세계청소년 태권도 캠프에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지역 청소년들을 인솔해온 김인선 사범은 “시설과 음식이 호텔급이어서 미국 청소년 수련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크다”면서 “기존 국기원 등의 태권도 시설과 비교하면 이제야 태권도 종주국의 체면이 좀 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찾은 지난 22일 태권도원 연수동에는 ㈜대교의 신입사원 연수생들과 세계청소년 태권도캠프 수련생들이 숙박을 하며 이용하고 있었다. 하루 1000명 가량 숙박할 수 있는 태권도원은 태권도와 무관한 학생 및 일반인 단체도 연수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숙박 및 연수 시설이라는 점에서는 콘도미니엄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일반인 및 학생들은 태권도원에서 운용중인 45개 태권도 프로그램을 임의로 선택해 이수할 수 있다. 태권도원답게 태권도를 인성교육과 리더십 함양에 적용한 프로그램들이다. 송판에 자신의 약점을 적어 손날로 깨트리면서 내면을 일깨우기도 하고 명상과 힐링, 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태권도원은 태권도 전문인을 위한 아카데미도 개설돼 있다. 다만 이를 담당할 국기원 조직이 아직 서울에서 이전하지 않아 시설과 인력이 따로 노는 모습이다.
당일치기 일반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다는 태권도 체험관과 박물관을 다녀봤다. 체험관은 한국의 첨단 IT기술과 태권도 기술을 응용, 청소년들에게 놀이를 겸한 태권도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스크린 속 가상의 상대와 겨루기도 할 수 있고, 영화 미션임파서블에 나오는 장면처럼 레이저 광선을 피해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놀이도 인기다.
유료로 운영되는 체험관과 달리 태권도 박물관은 무료여서 찾는 관광객이 많다. 치밀한 기획으로 태권도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놔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박물관이라기보다 전시관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내외 저명 사범들의 도복 등 소장품이나 역사적 가치가 있는 품목이 태부족하다. 오히려 국기원에 있는 김운용 전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의 소장 자료나 올림픽 관련 자료가 훨씬 알찬 자료라 여겨졌다. 태권도 유관 기관간 소통 부재로 이 같은 자료를 태권도원에 모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박물관내 명예의 전당도 여전히 빈 채로 남아있다. 현재 전당에 헌액될 원로들을 선별하는 중이라고 한다.
무주=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태권도인의 聖地’ 무주 태권도원 가보니… 태권도 종주국 자부심이 느껴진다
입력 2014-07-29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