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는 장미꽃 같은 정열은 없다. 벚꽃 같은 화려함도 없다. 목련화 같은 우아함도 없다. 백합화 같은 수려함도 없다. 코스모스 같은 청순함도 없다. 무궁화는 왠지 촌티가 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궁화가 마음에 끌린다.
무궁화는 은근과 끈기의 꽃이다. 하루의 첫 시간인 새벽 4시쯤 피기 시작해서 질 때는 다섯 꽃잎이 하나가 되어 얌전히 오므라들어 꼭지 채 떨어진다. 다음날 아침에 수없이 피어 있는 무궁화는 전날의 꽃이 아닌, 모두 새롭게 피어난 꽃들이다. 매일 모두 새로운 꽃을 100여 일 동안 끈질기게 이어 피우는 꽃이다.
또 토지의 후박(厚薄)을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우리나라는 931번 외세의 침략을 받고도 살아난 전 세계 유일한 민족이다. 은근과 끈기를 상징하는 대한민국 국화로 무궁화는 적절하다. 무엇보다 무궁화를 사랑하는 것은 샤론의 장미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무궁화의 영어 이름(rose of sharon)은 샤론의 장미, 샤론의 꽃이라는 뜻이다.
찬송가 89장 “예수 샤론의 꽃 나의 맘에 사랑으로 피소서”에서 샤론의 꽃은 예수님을 상징한다. “나는 사론의 수선화요 골짜기의 백합화로다”(아 2:1)에서 사론의 꽃은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를 상징한다. 애국가에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은 ‘이 땅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소서’로 연상되니 무궁화가 더 사랑스럽다.
권순웅 목사(동탄 주다산교회)
[겨자씨]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입력 2014-07-28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