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석 어르신 몸 닦기에 아로마가 효자”… 환자용 아로마 요법 전도사 차정희 박사

입력 2014-07-28 02:41
아로마테라피스트 차정희 박사는 천연식물에서 추출한 향유(香油)를 이용하면 와상(臥床) 상태에서 장기간 요양 중인 노인환자의 몸 냄새를 깨끗이 세정(洗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염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희 기자
차정희 박사가 감기 퇴치와 무더운 여름밤에도 쉽게 잠드는 데 도움이 되는 유칼립투스 오일 향기를 만들고 있다. 엔에취에이(NHA) 제공
아로마(Aroma)는 흔히 ‘향기’로 해석되지만 상황에 따라 ‘품격’이나 ‘기품’으로도 풀이된다. 좋은 향기가 곧 품격이라는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사람의 몸에선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반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의 몸에선 병자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장기간 와상 상태의 노인 환자들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하다.

차정희(62) 박사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던 장기 요양 노인 환자와 사망자의 몸 닦기에 아로마요법을 접목시켜 주목받고 있는 ‘아로마테라피스트’(Aromatherapist)다.

서울성모병원 간호부장을 끝으로 지난 2010년 정년퇴직 후 바로 아로마 전도사로 변신, 국내 향기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차 박사를 지난 24일 오후 국민일보 회의실에서 차 박사를 만났다.

- 아로마테라피스트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음식을 조금 맛보는 것을 시식(試食)이라고 한다. 약간의 음료를 입속에 넣고 음미하는 행위는 시음(試飮)이다. 마찬가지로 향을 손등에 살짝 뿌려 코로 맡는 것은 시향(試香)이다. 아로마테라피스트는 천연 식물 추출물이 어떤 향기를 갖고 있는지 알아내고, 그 향기를 이용해 말 그대로 향기로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다. 아로마는 천연식물에서 추출된다. 약용이나 향료로 사용하는 식물에서 채취해 사용하기 편한 상태로 만든 것이 아로마다. 특별한 효능이 있는 식물의 꽃이나 잎, 줄기, 열매, 뿌리 등에서 추출한 정유(精油), 즉 ‘에센셜 오일’이다. 이를 보완대체의학의 하나로 발전시킨 것이 바로 아로마테라피스트다.”

- 아로마테라피가 중년 여성의 두통과 불안 감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로마가 실제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가?

“그렇다. 신경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지닌 약초를 훈증기에 넣은 후 수증기를 통해 향기를 내게 하면, 그 향기가 대뇌에 작용해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잠을 편하게 잘 수 있게 도와준다. 스트레스가 많고 잠을 잘 자지 못하는 현대인이 아로마테라피에 점점 더 빠져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음식이 신체를 건강하게 지켜준다면 좋은 향은 정신을 맑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연구결과 아로마요법은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에 도움을 주고, 유방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우울감과 불안감 해소는 물론 중년 여성의 두통 완화에도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 사망자 세신(洗身)용 아로마 세정대 및 와상 노인 환자용 아로마 제품을 개발했다고 들었다. 어떤 것인가?

“사망자 세신(洗身)용품으로는 화학제품인 알코올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 업무를 수행하는 염사들이 알코올 냄새에 오래 노출된 탓으로 늘 술에 취한 듯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2011년 12월 특허를 취득한 아로마 세정대는 알코올 세신의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염습제다. 천연 아로마 에센셜오일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어서 소독 효과는 물론이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망자를 기리는, 의미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사용 시 좋은 향기를 풍겨 염사들의 피로도를 경감시켜준다. 이 제품은 아로마 위생용품 전문 회사 엔에취에이(NHA)가 산업화, 현재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스마트폰, 컴퓨터 키보드, 청진기 세척용 아로마 티슈, 와상 노인 환자 아로마 세정 타월도 개발했다. 아로마 세정 타월은 장기간 와상 상태에서 지내는 노인환자의 몸에서 나는 병자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데 효과적인 제품이다.”

- 마지막으로 일반인이 아로마를 쉽게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보다 향기의 특성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라벤더 에센셜오일을 향로 도자기에 몇 방울 떨어 뜨려 침실에서 잠들기 전 20∼30분 정도 발향시키면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더위로 인해 식욕이 사라지고 활기가 없을 때는 오렌지와 레몬 등 과일 향의 아로마 에센셜오일을 향수 대용으로 티슈에 1∼2방울 묻혀 흡입 해 보라. 하루 종일 상큼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어 입맛도 돌아오고 컨디션도 좋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