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웃도는 한여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건강한 사람들도 견디기 힘든 여름 무더위는 신장(腎臟·콩팥)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는 더 위협적이다. 콩팥병 환자들이 건강하게 무더운 여름을 나기 위해 지켜야 할 생활수칙을 서울K내과 김성권 원장(전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물, 하루에 종이컵 5∼6잔 마셔라=한국인은 식사를 제외하고 하루 평균 5.6잔(종이컵 기준)의 물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여기에는 청량음료나 커피 등에 든 물도 포함된다. 종이컵 용량은 200㎖지만 실제로는 190㎖쯤 담아 마신다고 보면 하루에 1000㎖ 남짓을 마시는 셈이다. 작은 생수 병(500㎖) 2개쯤 분량이다. 따라서 식사 때 수분섭취량까지 합쳐도 하루 총 수분섭취량은 2ℓ를 넘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은 이보다 다소 많은 수분을 섭취해도 별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 사람의 약 13.8%인 600만여명에 이르는 콩팥병 환자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다만 이들 중 투석치료를 받는 5만여명을 비롯한 중증 콩팥병 환자 약 15만명은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된다. 콩팥 기능이 30% 이하로 떨어져 있어 지나치게 물을 많이 마실 경우 콩팥에 무리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증 콩팥병 환자들의 수분 섭취 권고지침은 ‘소변보는 양만큼만 마셔라’이다. 단 소변색이 진한 갈색일 때는 소변이 농축돼 있다는 뜻이므로 물을 충분히 마셔 희석시켜야 한다. 반면 옅은 갈색 또는 노란색을 띨 때는 적당량의 수분을 섭취하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물을 더 마시지 않아도 된다.
콩팥병 환자 역시 한국인 하루 평균 수분섭취량(5.6잔) 수준을 지키는 것이 좋다. 물론 땡볕에서 축구시합을 하거나 등산을 하느라 땀을 많이 흘렸다면 이보다 물을 더 마셔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상생활 중 땀 좀 흘렸다고 특별히 물을 더 보충할 필요는 없다. 땀으로 배출되는 수분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박 때문에 할아버지가 쓰러지다=한 할아버지가 얼마 전 자동차에서 내리다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그는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었는데, 주말을 맞아 집으로 찾아온 자녀, 손자들과 수박을 과도하게 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수박 속에 풍부한 칼륨은 콩팥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는 ‘쥐약’과 같다. 체내에 칼륨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근육운동에 문제가 생겨 쓰러지거나, 심하면 심장근육을 마비시켜 심장이 멎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콩팥 기능이 30% 이하로 떨어진 중증 콩팥병 환자들은 칼륨 처리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김 원장은 “칼륨 함유 과일과 채소가 흔한 여름철에는 자칫하면 과식하기 쉽다”며 “콩팥병이 있는 사람들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별표 참조)
◇한낮을 피해 15∼20분 야외활동을 하라=현대인의 30% 이상이 골다공증 등 비타민D 부족 증상을 겪는다는 보고가 있다. 비타민D는 햇볕을 쬐어 몸 안에서 자연히 합성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 15∼20분 정도만 야외활동을 하면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비타민D는 충분히 만들어진다.
콩팥은 비타민D 전구체를 체내에서 활성화시키는 일을 하는 장기다. 따라서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콩팥병 환자들은 비타민D 전구체를 제대로 활성화시키지 못해 부족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그 결과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치료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다. 콩팥병 환자들이 더운 여름이라도 체력 저하를 막고 비타민D 생성을 돕기 위해 일정 시간 햇볕을 쬘 수 있는 야외활동을 꼭 해야 하는 이유다. 단 야외활동을 할 때는 자외선이 강한 오전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피하되, 적어도 15∼20분 정도는 하는 것이 좋다.
김 원장은 “헬스클럽에서의 실내운동은 체력 증진에만 도움이 될 뿐이지, 햇볕을 쬘 수 없어 비타민D 합성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한여름이 더 괴로운 콩팥병 환자… 수박·바나나 “앙∼돼요” 사과·복숭아는 “돼요”
입력 2014-07-28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