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도 검찰과 경찰은 따로 놀았다.
강찬우 인천지검장(직무대리)은 25일 부임하자마자 오후 4시쯤 브리핑을 갖고 “대균씨가 이달 안에 자수할 경우 부친 장례 참석 등의 사정을 최대한 참작하겠다”며 “부친이 사망하고 모친이 구속됐기 때문에 (자수하면) 인륜의 문제는 얼마든지 배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지검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을 무렵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관들은 대균씨와 도피 조력자 박수경(34·여)씨가 은신해 있던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의 한 오피스텔로 출동하고 있었다. 경찰이 대균씨를 붙잡은 것은 오후 7시쯤이고, 그에 앞서 경찰은 1∼2시간 동안 오피스텔 앞에서 대균씨와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출동 시간까지 고려하면 경찰이 이미 대균씨 은신처를 특정하고 검거를 준비 중이었다는 의미다. 검찰이 경찰로부터 대균씨 은신 정보와 출동 상황을 사전에 보고받았다면 “자수하면 참작하겠다”는 식의 브리핑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오피스텔 현장 주변에는 소방관까지 출동한 상황이었지만 검찰은 상황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검·경의 불통은 유씨 추적 기간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검찰은 지난 5월 25일 순천 송치재휴게소와 은신 별장 급습 작전에 나설 당시 관련 정보를 경찰과 공유하지 않았다. 검찰은 휴게소 급습 이후 은신 별장 수색도 단독으로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별장에서 체포한 신모(33·여)씨로부터 “한 달 전 별장을 덮쳤을 때 유씨가 비밀 벽장에 숨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지만 이 역시 한 달 넘게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 경찰은 도피 조력자와 수배 차량에 대한 정보도 뒤늦게 전달받았다며 불만을 터뜨려 왔다. 경찰 도 지난달 12일 송치재휴게소에서 불과 2.5㎞ 떨어진 지역에서 변사체를 발견했지만 검찰 추적팀에 보고하지 않았다.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檢 ‘자수 권유’ 브리핑 할 때 경찰은 은신처 오피스텔로 출동
입력 2014-07-26 04:27